‘알파고 쇼크’ 후 10년. AI는 글로벌 산업지도를 바꾸는 핵심 키워드가 됐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등의 AI 기업을 보유한 미국이 먹이사슬 최상단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AI의 가능성을 확인한 빅테크들이 경쟁적으로 자금과 인력을 쏟아부은 결과다. 알파고 쇼크의 당사자인 한국이 거둔 성과는 어떤가.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하드웨어 시장에선 입지가 탄탄하지만, 대규모언어모델(LLM) 등 대부분의 영역에선 미국, 중국과의 격차가 적잖다.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이 밀리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AI는 조 단위 투자가 요구되는 산업이다.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이 빅테크와 투자 경쟁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다. 신생 AI 기업을 키워줄 벤처캐피털 생태계도 열악하다. 딥마인드 출신 연구자가 창업했다는 이유로 초기 단계에서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 단위의 투자가 이뤄지는 미국과는 여건 자체가 다르다. 한국의 AI 분야 민간 투자는 미국의 8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중국처럼 정부가 대놓고 기업을 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중국 기업은 AI 학습에 필요한 국민 개인정보를 마음껏 사용하고 연구개발(R&D) 예산도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정부는 올해 국가 AI 구축,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등에 지난해보다 세 배 늘어난 9조9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뒤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맞는 방향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선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 AI 관련 규제를 최소화하고 주 52시간제 등의 노동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가 함께 이뤄질 때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 마음 놓고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이 9단은 최근 한국경제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이 AI 경쟁에서 밀리는 이유를 ‘절박함 부족’에서 찾았다. 정부도, 기업도 더 필사적으로 뛰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