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군중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과학혁명의 거장 아이작 뉴턴이 남겼다고 전해지는 말이다. 그는 18세기 영국에서 벌어진 남해회사(South Sea Company) 주식 투기 열풍에 뛰어들었다가 큰 손실을 입었다. 누구보다 뛰어난 지성을 가진 과학자조차 시장의 광기 앞에서는 자유롭지 못했다는 일화다. 금융시장이 인간의 욕망과 공포가 뒤엉킨 공간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경제전문기자 출신 오형규의 신간 <투자 인문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진다. 왜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시장에서 흔들릴까. 저자는 35년간 경제 현장을 취재하며 목격한 수많은 투자 실패 사례를 토대로 그 원인을 인간의 심리에서 찾는다.
오늘날 투자 환경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해졌다. 모바일 앱 하나로 세계 주식시장에 접근할 수 있고 각종 데이터와 분석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 해외 주식 투자 역시 많은 개인에게 익숙한 선택지가 됐다. 그럼에도 개인 투자자의 성과는 기대만큼 따라오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상승장에서는 뒤늦게 뛰어들어 고점에서 매수하고, 하락장에서는 공포에 밀려 저점에서 매도하는 일이 반복된다.
저자는 이러한 현상을 인간의 ‘심리적 함정’에서 찾는다. 행동경제학의 관점에서 사람들이 왜 탐욕과 공포, 포모(FOMO) 심리에 흔들리는지 설명한다. 동시에 시장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돈은 심리학의 현미경으로, 시장은 물리학의 망원경으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시장을 ‘물리학적 복잡계’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파편화된 정보에 휘둘리는 대신, 자본이 이동하는 거대한 흐름을 망원경으로 조망하듯 파악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탐욕과 공포라는 안개를 걷어내고 본질적인 추세를 읽어내는 힘을 길러준다.
유망 종목을 제시하거나 단기 매매 전략을 설명하는 투자 지침서와는 거리가 있다. 고전과 속담을 인용해 시대를 관통하는 투자 철학을 전하며, ‘합리적 인간’이라는 경제학적 가정이 실전에서는 얼마나 무력한지를 낱낱이 파헤친다.
불확실성이 높은 2026년의 시장을 마주한 독자들에게 저자는 침착하게 안전벨트를 조일 것을 권한다. 뜨거운 시장의 열기 속에서 차가운 이성을 되찾고 싶은 투자자라면, 기술적 지표를 덮고 인문학적 통찰을 통해 투자의 근본을 재정립해볼 만하다.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숫자이지만, 그 시장을 선택하는 주체는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