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단지 내에서 시속 10㎞ 미만으로 후진하다 발생한 가벼운 접촉사고를 빌미로 '전치 2주' 진단을 내세워 보상을 요구한 운전자에게 손해배상 의무가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경미한 사고에도 일단 병원부터 가고 보는 과잉 진료와 관행적인 보험금 청구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4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이사장 김영진)따르면, 법원은 최근 차주 A씨가 상대 운전자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전부 승소로 판결했다.
사건의 발단은 아파트 입구에서 벌어진 아주 가벼운 접촉이었다. A씨는 차를 저속으로 후진하던 중, 뒤에 정차해 있던 B씨 차량의 좌측 앞 범퍼를 스치듯 들이받았다. 사고 직후 B씨는 전치 2주의 상해 진단을 받았다며 A씨에게 대인 보험 처리를 강하게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차량 속도와 충격 정도를 고려할 때 사람이 다칠 수 없는 사고라며 보험 접수를 거부했다. 이어 B씨에게 지급할 손해배상금이 없음을 법적으로 확인받기 위해 직접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 나섰다. 법원은 소송 진행 중 A씨에게 법률 조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송구조 결정을 내렸고, 이에 따라 법률구조공단이 A씨의 대리를 맡아 본격적인 법리 다툼에 들어갔다.
공단 측은 객관적 증거를 통해 B씨의 상해 주장을 적극적으로 탄핵했다. 당시 A씨의 차량 운행 속도가 시속 10㎞ 미만으로 매우 느렸던 점,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담당 경찰관 역시 "스치듯 충돌한 경미한 사고"라고 회신한 점 등을 재판부에 입증 자료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공단 측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였다. 법원은 "해당 사고로 인해 B씨가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을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손해배상 채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소송을 수행한 유현경 법률구조공단 변호사(변호사시험 1회)는 "경미한 접촉 사고에서 실제 상해 입증 없이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보험 처리와 과잉 진료 행태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