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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파리에서 만나는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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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파리에서 만나는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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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도 어김없이 프랑스 농업박람회가 열렸다. 장소는 에펠탑과 몽파르나스를 꼭짓점으로 남쪽 방향 정삼각형을 그려 만나는 곳, 파리 엑스포 전시관이다. 코엑스의 6배나 되는 면적에 전시 부스 1100개가 들어섰고 가축 3500마리가 전시장을 채웠다. 방문객은 60만 명 몰렸다. 프랑스의 ‘스키 방학’ 시기인 2월 말에 매년 개최해 가족 단위 방문을 이끌어낸다고 한다. 개막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해 왔다. 농림부 장관 출신 자크 시라크는 양과 소를 능숙하게 다뤄 농민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파리에 있을 때 짬 나는 대로 박람회를 찾으려 했다. 농업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신세계를 보는 느낌이었다. 농업국가 프랑스의 자부심이 넘쳤고 도시민과 연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올해 포스터에는 ‘당신이 와서 농업을 지지해 달라’는 문구와 함께 32개 소 품종 사진이 실렸다. 150년 전 가축 경진대회에서 출발해 전국 품평회로 자리 잡은 행사여서인지 각종 콩쿠르가 주를 이룬다. 물론 품질의 중심에는 테루아(terroir)가 있다. 올해는 농업과 농촌을 다룬 영화제, 도서전 등 예술 행사도 늘렸다고 한다. 한국 돈으로 3만원가량인 입장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아이들 놀거리와 어른들 먹거리도 풍성하다.


    명품의 거리인 샹젤리제 역시 농업과 관련 있다. 루이비통은 오래전부터 와인 사업을 하고, 에르메스는 경주마 장식을 만들던 전통에서 출발한 브랜드다. 샹젤리제는 17세기 전에는 습지와 밭이었다. 들판을 뜻하는 샹(champ)이 거리 이름에 남아 있다. 이를 상기하기 위해 청년 농부들이 개선문부터 콩코르드 광장까지를 풀밭이나 밀밭으로 바꾸기도 했다. 이들은 나무와 식물 화분, 농산물과 가축으로 공간을 채워 파리를 ‘자연의 수도’로 만든 적도 있다. 농민 시위대가 트랙터를 몰고 엘리제궁 가까이 오는 이유도 농업이 무너지면 프랑스도 없다는 경고이다.

    강남 3구를 합친 것보다 조금 작은 파리이기에 차로 15분 정도 나가면 자연이다. 프랑스 인상주의 작품들은 19세기 말 산업화로 혼탁해진 파리를 벗어나 맑은 공기와 자연, 여유를 즐기고자 했던 당시 분위기를 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쇄국과 개항, 침탈의 수난을 겪은 조선과 달리 파리의 화가들은 자연 속에서 사실을 그리거나 시시각각 빛에 따라 변하는 인상을 표현했다.


    21세기에도 전통을 지켜가려는 유럽인들의 고집은 어쩌면 시대에 뒤처진 듯 보인다. 하지만 농업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부럽다. 우리도 2018년에 프랑스를 참고해 대한민국 농업박람회를 시작했다. 농업은 가장 오랜 산업이면서 지속 가능한 삶의 기반이다. 농업인의 축제, 도시민과 연대, 미래 세대에게 친숙한 학습의 장을 더욱 넓혀가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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