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583.90

  • 490.36
  • 9.63%
코스닥

1,116.41

  • 137.97
  • 14.10%

유화 아니야?…한국화가 오용길 화백의 '쨍한 풍경'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유화 아니야?…한국화가 오용길 화백의 '쨍한 풍경'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문경의 희양산 뒤편으로 쨍하게 파란 하늘이 보인다.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 나온 오용길 화백(80)의 작품 ‘청량-문경’은 화선지에 한국화 채색 물감으로 그린 한국화다. 하지만 실제로 보면 마치 유화 같다. 동양화는 먹의 농담(濃淡)과 여백의 미로 승부한다는 통념과 정반대기 때문이다. 그 대신 작가는 화면 가득 풍경을 채워 넣고, 화사한 색을 아낌없이 쓴다.


    작품의 느낌과는 달리 오용길은 한국화 외길을 걸어온 작가다. 1970년대부터 실경(實景) 기반 수묵화를 그려왔다. 그사이 한국화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졌다. 서양화와 추상미술, 단색화가 미술 시장과 비평계를 장악했다. 한국화 안에서도 추상 양식을 도입하고 전통 재료를 포기하는 등 여러 실험이 생겨났다 사그라들기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도 오 화백은 먹과 붓, 화선지를 버리지 않았다. 대신 그 재료 안에서 서양 풍경화의 구성과 색채 감각을 녹여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내 작품을 음식에 비유하자면 한정식에 서양 향신료를 가미한 맛있는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재료와 골격은 전통 한국화인데 결과물은 서양 풍경화에 가깝다는 의미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수묵은 유화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유화는 마음에 안 들면 덧칠하면 된다. 수묵은 한 번 먹이 번지면 되돌릴 수 없다. 농담 조절도 까다롭다.

    이런 재료로 실제 풍경에 가까운 장면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건 50년 넘게 쌓아온 탁월한 필력 덕분이다. 오 화백은 27세 때인 1973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으며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월전미술상, 선미술상, 의재 허백련 예술상 등 주요 상을 휩쓸었고 실경산수화를 현대화해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했다. 2024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됐다.






    이번 전시에는 봄과 가을 풍경이 주로 나왔다. 벚꽃, 감 같은 계절의 소재를 담은 작품들이다. 중간중간 ‘일상의 풍경화’가 섞여 있다. 작가가 사는 안양 아파트 단지의 경로당, 서울 삼청동 거리 등 누구나 동네에서 마주칠 법한 평범한 장소다. 하지만 오용길의 필력과 수묵 특유의 질감 덕분에 익숙하면서도 마음에 와닿는 독특한 정취가 있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복잡하게 해석하지 않아도 딱 보면 좋다고 느끼는 그림, 그냥 봐도 좋고 자세히 봐도 좋은 그림을 그리려 한다”며 “내 그림을 본 관객들이 봄을 느끼고 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3월 18일까지.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