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가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관인 뉴욕 휘트니미술관과 함께 글로벌 예술 담론을 생산하는 ‘크리에이티브 엔진’에 시동을 건다. 미술관 장기 파트너십 프로그램인 ‘현대 테라스 커미션’의 세 번째 전시로 오는 8일부터 국제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조각가 켈리 아카시의 신작전을 개최한다.
미술관 5층 야외 테라스 전시장에서 열리는 전시는 현대차가 공식 후원하는 휘트니 비엔날레의 일환으로 관객과 만난다. ‘세계 3대 비엔날레’로 꼽히는 휘트니 비엔날레는 북미 지역 현대미술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영향력 있는 예술 축제로 잘 알려져 있다.
아카시는 미국 로스앤젤러스(LA)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중견 예술가다. 유리, 청동, 석재 등을 재료 삼아 기억과 시간, 존재의 유한성에 대한 질문을 담은 작품을 만들어 왔다. ‘메멘토 모리’(라틴어 ‘죽음을 기억하라’), 사물에 깃든 덧없음과 애틋한 정서를 뜻하는 일본 미의식 ‘모노노아와레’를 현대적인 조각 언어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카시는 이번 전시에서 지난해 1월 LA에서 발생한 산불에서 영감받은 신작을 선보인다. 작가의 집이자 스튜디오가 소실된 후 유일하게 남은 부분이 굴뚝에 유리벽돌로 된 산책로를 연결한 ‘Monument(Altadena)’가 대표작이다. 전시 공간을 화재 흔적을 기억하는 사유의 공간으로 전환해 생존과 상실, 남겨진 것에 대한 성찰을 이끈다.
아카시는 작품에 대해 “재건은 단순한 복원이 아닌 정성이 깃든 노동이자 역사와의 대화를 상징하는 실천적 행위”라며 “각각의 벽돌은 노동과 변형에 대한 기록을 담고 있고, 함께 모여 과거의 흔적을 품은 새로운 존재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화재로 소실된 할머니의 레이스 도일리(장식용 매트)에서 영감받은 설치작품 ‘Inheritance(Distressed)’, 기억과 여운에 대한 물질적 탐구를 애니메이션 영상으로 확장해 야외 테라스 벽면에 대형 미디어 월로 전시한 ‘Remnants(Constellations)’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작품도 눈에 띈다.
마르셀라 게레로 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번 신작은 개인과 집단의 역사를 아우르는 기억과 유산에 대한 기념비적 작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많은 이들에게 예술적 영감을 전하려는 ‘현대 테라스 커미션’의 지향점과 맞닿아 있는 전시”라며 “진정한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시는 휘트니 비엔날레가 종료되는 8월 23일까지.
유승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