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 저녁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센트럴시티)에 마련된 대체 커피 브랜드 '산스'의 팝업 매장. 퇴근 시간을 넘은 시각에도 제품을 구매하려는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에서는 캐모마일·국화·카카오닙스·카다멈·히비스커스 등 20가지 원료를 조합해 나만의 대체 커피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 매장 관계자는 "한 번 시음해보고 나중에 다시 와서 속이 편했다며 제품을 구매해가는 고객들이 많다"고 전했다. 산스는 서울 익선동에 국내 최초의 대체 커피 전문 오프라인 매장을 낸 곳이기도 하다.
이날 현장에서 '슬로우 에이징' 바틀을 구매한 박모 씨(27)는 "카페인에 취약해서 아침에도 빈속에 커피를 못 마신다"며 "속이 편하다길래 궁금해서 시음해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하나 구입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슬로우 에이징을 음용해보니 라벤더 향이 감도는 헤이즐넛 라떼와 흡사한 풍미를 느낄 수 있었다.

같은 날 오후 서울 종로구 북촌에 마련된 슈퍼말차의 '슈퍼보리' 리뉴얼 팝업 매장에는 잘 자는 습관을 제안하는 문구들이 곳곳에 붙어 방문객을 맞이했다. 카페인이 전혀 들어있지 않은 보리 커피 시음 코너와 곡물 보리를 활용한 글루텐 프리 쿠키 등이 공간을 채웠다. 매장 직원은 "최근 건강과 숙면을 위해 카페인을 멀리하려는 이들이 늘면서 대체 커피 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음료 시음 후 속이 편하다며 제품을 테이크아웃해 가는 손님도 많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대체 커피 시장 2034년 6조 4000억 규모 전망
식음료 시장에서 무알코올·무설탕에 이어 무카페인이 새로운 흐름으로 뜨고 있다. 3일 시장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3세부터 69세 남녀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9.2%가 건강을 위해 커피 섭취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카페인 과다 섭취에 대한 우려와 함께 속쓰림·수면장애 등을 경험한 소비자가 늘면서 무카페인 또는 저카페인 음료를 찾는 경향이 뚜렷해졌다는 분석이다.
식음료(F&B) 현장에서 근무하는 부모 씨(28)는 "요즘 술을 줄이는 트렌드여서 저녁에 술집이 아닌 카페를 가는 경우가 많다"며 "아직까지는 디카페인이나 논커피 음료의 인지도가 더 높지만 이런 흐름이면 대체 커피도 유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대체 커피 음료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4억 1000만 달러(한화 약 3조 4900억 원)에 달한다. 향후 연평균 6.98% 성장해 2034년에는 44억 1000만 달러(약 6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식약처 디카페인 표시 기준 강화… 무카페인 제품군 확대

식품의약처도 디카페인 커피 표시 기준을 강화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카페인을 90% 이상 제거하면 '디카페인'으로 표시할 수 있었으나, 개정안에 따라 잔류 카페인 함량이 0.1% 이하인 커피만 디카페인 표시가 가능하다. 기준이 엄격해지면서 카페인 민감층은 물론 임산부·수유부·건강 관리 목적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아예 카페인이 없는 무카페인 제품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변화하는 흐름에 맞춰 업계에서는 보리·치커리 등 식물성 원료로 커피 풍미를 낸 대체 커피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차 브랜드 티젠은 지난 1월 말 보리를 이용한 대체 커피 '카페 오르조'를 출시했고, 빙그레는 지난해 치커리 원료를 활용한 '치커리 브루 블랙'을 선보였다.
무카페인 차 음료 역시 물처럼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는 라이트 드링크로 각광받는 중이다. 동원F&B는 보리차와 옥수수차 제품을 중심으로 무카페인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으며, 스타벅스 코리아도 카페인이 없는 허브티 옵션을 확대하고 있다.
무카페인 트렌드는 제약업계로도 번져 대원제약 '콜대원나이트시럽' 등 나이트 감기약 시장에서도 수면 방해 요소를 없애기 위해 무카페인을 핵심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최근의 무카페인 선호 현상은 소비자가 자신의 건강 상태와 취향에 맞춰 성분을 세밀하게 선택하는 커스터마이징 트렌드의 연장선"이라며 "헬시 플레저나 웰니스처럼 건강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 단백질이나 당분만큼 카페인 역시 음료 선택의 핵심 요소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