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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자마자 '예약 폭주'…MZ들 푹 빠진 '비밀 사우나' 정체 [정소람의 핫플 스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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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열자마자 '예약 폭주'…MZ들 푹 빠진 '비밀 사우나' 정체 [정소람의 핫플 스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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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여행지에서 숙소를 고를 때, 1순위 조건 중 하나가 핀란드식 사우나가 있는 지 여부였다. 한국에도 온·냉탕과 건식·습식 사우나를 기본으로 하는 대중 목욕탕이 많지만, 다른 사람과 동선이 겹치지 않고 오롯이 혼자 즐길 수 있는 곳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에는 투숙객에게만 제공되는 프라이빗 사우나를 갖춘 곳이 많아 일상에서의 묵은 때를 그곳에서 벗겨내곤 했다.

    사우나 매니아로서, 한국에도 프라이빗 사우나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는 건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중에서도 지난달 문을 열자마자 젊은 층에게 인기를 끌며 예약 '오픈런'을 일으키고 있는 곳. 서울 신사동의 시수하우스를 직접 찾았다.
    저온에서 오래 버티는 핀란드 사우나

    시수하우는 '프라이빗 핀란드식 사우나'를 표방한다. 뜨겁게 달궈진 돌 위에 물을 부어 발생하는 수증기, 즉 '로울루(Loyly)'를 즐기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습식사우나 보다 온도가 낮아 호흡이 편안하고, 그만큼 오랫동안 온기를 즐길 수 있다.


    건물은 주택가에 위치해 소음이 없고 조용하다. 입장시 간단하게 사우나 이용 방법에 대한 안내를 받는다. 전문가의 20분 케어(마사지) 후 사우나를 70분간 하는 코스, 또는 사우나 단독으로 90분만 즐기는 코스 두 가지 중 선택 가능하다. 특히 인상적인 건 나만의 루틴을 기록할 수 있는 안내지다. 단순히 씻는 행위를 넘어, 하나의 '의식'처럼 사우나를 즐기게 만드는 흥미로운 장치다.


    간단한 안내가 끝나면, 샵에서 직접 블렌딩해 만든 재료를 담은 배스솔트 파우치와 체크인 카드를 받는다. 건물에는 총 6개의 프라이빗 사우나가 있는데,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을 구분해 놓은 세심한 배려가 돋보였다.


    배정 받은 사우나실 입구에 카드를 넣으면, 불이 켜지면서 '체크인'을 알린다. 부드러운 촉감의 가운과 귀여운 디자인의 사우나 햇(hat)을 착용하면 본격적인 사우나 준비 완료다. 국내에선 아직까지 생소하지만 해외에선 사우나를 하는 동안 모발을 보호하는 사우나 햇이 매니아들 사이엔 '잇템'으로 꼽힌다.


    우선 미온수로 샤워를 한 후, 뜨겁게 데워진 욕조물에 몸을 담갔다. 시수하우스 관계자는 "해외에선 사우나만 즐기는 경우도 많지만, 한국 사람들은 뜨거운 물에서 배스 타임을 즐기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추천 루틴은 온수욕 8분, 사우나 7분, 콜드샤워 후 5분간 휴식(에어배스)을 취한 뒤 이를 세 차례 반복하는 방식이다. 우선 추천 코스를 성실히 이행하며, 마련된 종이에 시간을 적어내렸다.



    사우나는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널찍했다. 한쪽에는 핀란드 HARVIA사의 사우나 기기가 배치돼 있었다. 스토브 위로 물을 부으니, 금세 뜨거운 증기가 퍼지면서 기분좋은 온기가 온몸을 감쌌다. 60도 정도 였던 기온도 70도 가까이 올랐다. 이마에선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조용히 열기에 집중하는 동안, 사우나 공간 전체에 울려퍼지는 고요한 음악 소리는 정신을 가다듬는데 도움을 준다.

    7분간의 열기 뒤엔 짜릿한 반전이 주는 쾌감이 기다린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차가운 물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이곳의 '콜드 샤워' 온도는 섭씨 14도. 통상 대중 목욕탕의 냉탕 온도(18~20도) 보다는 조금 낮고, 핀란드인들이 얼음물 안에서 즐기는 콜드 플런지(10도 이하) 보다는 높은 온도다. 수십초의 콜드샤워만으로도 뜨거운 열감은 어느새 날아가고 정신이 또렷해진다.




    콜드샤워 후엔 잠시 실온에서 휴식을 취하는 '에어 배스' 타임을 갖는 게 좋다. 몸과 마음을 잠시 가다듬으며 사우나에서 얻은 에너지를 온전히 몸으로 흡수하는 시간이다. 교감신경이 극도로 흥분했다가 부교감신경으로 주도권이 넘어오는 이 짧은 찰나, 신체는 극도의 평온함을 경험한다.


    이때 뇌에서는 엔돌핀이 분비되며 소위 ‘사우나 하이(Sauna High)’라 불리는 깊은 이완 상태에 진입한다. 이 루틴을 주 4회 이상 반복할 경우 치매 위험이 66%, 심혈관 질환 사망률이 50%까지 감소했다는 연구도 있다. 사우나 옆에 마련된 얼음통에는 얼음물과 차가운 타월이 꽂혀 있어 휴식 시간의 편안함까지 배려한 느낌이 들었다.
    90분간 완전한 디지털 디톡스

    혼자 90분간의 사우나가 길지 않을까 생각할 수 있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오히려 시간이 아쉽게 느껴졌다. 머리를 말리거나 메이크업을 할 시간이 부족한 고객들을 위해 사우나 밖에는 작은 공용 공간도 마련돼 있다.

    '사우나' 하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 대중탕에 삼삼오오 모여 하는 취미로 인식되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프라이빗 사우나는 오히려 '디지털 디톡스'를 원하는 MZ세대가 주된 고객이다. 꼭 정해진 루틴을 따를 필요도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리듬이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은 세상에서,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시간과 속도대로 몸을 회복하는 과정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수많은 쇼츠와 피곤한 알고리즘의 강요를 잠시 뒤로 하고, 이번 주말은 나만의 루틴대로 나를 위한 사우나를 즐겨 보는 건 어떨까. 뜨거운 공기와 차가운 물 사이에 몸을 오롯이 맡기다가 문을 나서는 순간, 세상이 좀 더 선명해 보일 지도 모른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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