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달러예금 잔액은 약 658억4142만달러로 1월 말(약 656억7439만달러) 이후 1억6702만달러 늘었다. 환율 급등에 빠르게 늘었던 지난해 12월 말(656억8157만달러)보다 많다.
이들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정부의 환율 방어대책과 국민연금의 해외주식 투자 비중 축소, 은행들의 수시입출식 달러예금 금리 인하 등이 잇따르면서 지난 1월 22일엔 약 632만달러까지 감소했다. 하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외환당국의 개입과 미국의 글로벌 관세 부과의 영향으로 환율이 하락했음에도 반등 기대심리가 완전히 꺾이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지난달 27일 원·달러 환율은 1439원 70전(오후 3시30분 종가 기준)으로 외환시장 수급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지난해 12월 23일(1483원 60전)보다 40원 이상 하락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환율이 또 1400원대 후반까지 오를 수 있다는 인식이 쉽게 깨지지 않는 분위기”라며 “여전히 달러를 그대로 보유한 수출기업이 적지 않고, 지금이 저가로 매수할 기회라고 판단해 달러를 비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은 이 같은 달러 매수세를 더욱 자극할 전망이다. 중동 정세 불안으로 안전자산으로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달러 강세 국면이 펼쳐지고 있어서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466원 10전으로 전 거래일보다 26원 40전 뛰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금 가격(4월 인도분 선물)도 지난 2일 한 때 트로이온스당 5431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제 금 선물가격은 이날도 530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지면서 당분간 원·달러 환율 상승이 불가피해졌다”며 “연고점인 1475원 수준까지 올라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중동 전쟁이 장기전으로 번지지 않으면 다시 원화가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국내 증시 호황으로 연초 매도세를 보여온 외국인이 매수세로 돌아설 수 있어서다.
정부가 도입을 준비 중인 국내시장 복귀계좌(RIA)를 활용해 해외주식을 처분하려는 개인투자자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RIA를 통해 해외주식을 판 투자자는 최대 5000만원(매도금액 기준)까지 양도세를 면제받는다. 이 같은 변화가 실제 달러 수급 변화와 환율 하락으로 이어지면 ‘환율 상승 기대감 약화→수출기업 달러 매도 증가→환율 추가 하락’ 흐름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