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791.91

  • 452.22
  • 7.24%
코스닥

1,137.70

  • 55.08
  • 4.62%

독기로 버틴 210번의 도전…"아버지 꿈이 제 인생 됐죠"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독기로 버틴 210번의 도전…"아버지 꿈이 제 인생 됐죠"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아버지를 보며 늘 야구선수를 꿈꿨어요. 골프는 3지망 정도였죠. 그런데 ‘다시 태어나면 골프 선수를 하고 싶다’던 아버지의 꿈이 제 인생이 됐습니다.”

    지난해 한국남자프로골프(KPGA)투어에서 가장 큰 울림을 남긴 장면은 단연 11월 1일 렉서스 마스터즈 3라운드일 것이다. 선수들이 개성을 표현하는 이벤트가 열리던 16번홀에 김재호(사진)가 등번호 11번, ‘김용희’의 이름이 찍힌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등장했다. ‘미스터 롯데’로 불리던 전설의 타자 김용희 롯데 퓨처스 2군 감독의 아들로서 아버지에 대한 존경을 필드에서 표현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대회에서 김재호는 43세의 나이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프로 데뷔 18년차, 210번째 도전 끝에 만들어낸 완벽한 드라마였다.


    최근 성남시 KPGA 본사에서 만난 김재호는 “그때 이벤트가 인생에서 제일 떨린 순간이었다”며 “덕분에 연장전에서는 떨지 않았다”고 특유의 순박한 웃음을 지었다. 그 대회로 김재호는 ‘낭만 골퍼’라는 별명도 얻었다. “제가 좋아하는 골프를 계산없이 쭉 밀고 나가다 보니 우승까지 하게 됐죠. 아버지와의 추억이 더해졌다는 것 자체로 저에게 ‘낭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의 골프 인생은 그다지 낭만적이지 못했다. 2008년 프로로 데뷔해 2012년 KPGA 선수권, 2019년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거둔 준우승이 개인 최고 성적이었다. 우승을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채 40대에 접어들었고, 2024년에는 부상으로 투어를 쉬어야 했다. 시즌 막바지인 렉서스 마스터즈 직전, 대상포인트 랭킹은 69위까지 떨어져 다음 시즌 시드마저 불투명했다. 김재호는 “아내에게 ‘안되면 부산에 내려가서 레슨이나 하자’고 했다”고 돌아봤다.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마지막까지 조금 더 해보자’는 독기였다. 지난해 투어에 복귀하며 체력을 올리기 위해 한 번에 15km씩 일주일에 네 번 뛰었다. 특히 이 대회를 앞두고는 평소 공을 왼쪽에 두고 치던 스타일을 버리고 오른쪽으로 크게 옮겼다. 낯선 위치의 공으로 몸을 좀 더 제어하며 샷하기 위한 승부수였다. 그리고 그 대회 연장전에서 최진호, 황중곤 등 쟁쟁한 후배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43세 노장의 반란이었다. 김재호는 “오히려 지금껏 우승이 없었기에 골프를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첫 승 상금으로 아내에게는 옷을 한 벌 선물했고, 처가에는 가전 제품을 사드렸어요. 저 대신 ‘우승턱’을 내느라 바쁜 아버지께는 용돈을 드렸습니다.” 그는 부산 남자의 무뚝뚝함 때문에 평소 아버지에게 애정 표현도 거의 하지 않고, 실수하는 모습을 보일까봐 라운드도 함께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도 “튼튼한 체력을 물려주신 것에 늘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챔피언으로서 맞는 첫 시즌, 김재호는 “2승으로 작년의 우승이 운으로 얻은 것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다”고 말했다. 투어 최다 출전 기록은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다. “10년은 더 필드에서 뛰어야죠. 골프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뜨거운 낭만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성남=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