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현지시간) 개막 2일차를 맞은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6 현장 분위기는 개막일과는 사뭇 달랐다. 개막 당일 휴머노이드, 하이퍼카를 내세우며 관객 유치에 나서던 통신사들은 6G 기술을 앞세워 부스를 재정비했다. 한국 통신사 중에선 KT가 유일하게 ‘6G 네트워크’의 청사진을 첫 공개했다.
◇ 日 NTT “6G는 새로운 기회”
5G까지 통신 네트워크는 데이터를 실어 나르는 ‘도로’였다. 이에 비해 6G는 도로 자체가 스스로 생각하고, 최적의 효율을 찾아내는 AI 네트워크를 일컫는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드론 배송이 상용화되려면 고도에 구애받지 않는 끊김 없는 통신이 필수인데 이를 위해선 스타링크와 같은 비지상 네트워크(NTN), 그리고 지상망을 6G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필요하다.
세계 각국은 6G 표준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미국이 가장 앞서 있다. 퀄컴은 올해 MWC에서 6G를 AI-네이티브 시스템으로 설계하고, 2029년 상용화 로드맵을 실현하기 위한 연합체를 공개했다. 구글, 삼성·LG전자 등 글로벌 기업 30여 개사가 퀄컴과 의기투합했다. 우주통신 분야에선 스타링크가 단연 선두다. 그윈 숏웰 스페이스X 사장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전날 기조연설자로 나서 “내년 중반까지 스타링크의 차세대 모바일 위성 발사 준비를 마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한 번의 발사로 위성 50개 이상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대형 우주선 ‘스타십’을 활용할 방침이다.화웨이 역시 이날 전시관의 메인 공간을 6G 기술 시연에 할애했다. 중국 기업이 MWC 현장에서 직접 차세대 네트워크 기술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화웨이 등 중국 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2030년 6G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연구와 실증 사례 축적에 집중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차이나텔레콤 관계자는 “미국 스타링크의 위성통신 기술을 지금 당장 앞지를 수 없다는 점을 잘 안다”며 “미국보다 빨리 6G 상용화를 위한 지상망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에 대항해 지상망과 위성망을 결합한 이중 네트워크 구조를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있다. 5G 경쟁에서 밀린 일본의 NTT도코모 등도 6G 통신을 강조하고 있다. 부스에서 만난 NTT그룹 네트워크연구원은 “일본이 느리게 움직이다가 5G 기술을 선점할 기회를 놓친 게 사실”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6G 상용화에 사활을 걸면서 통신업체에 새 기회의 땅이 열리고 있다”고 말했다.
◇ 네트워크 투자로 부활한 노키아
네트워크 기술을 빠르게 선점해 ‘역전’에 성공한 기업들도 적지 않다. 미국 티모바일은 2020년 8월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던 5G SA 네트워크망을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만년 3위’에서 벗어날 방법을 네트워크 투자에서 찾았다. 5G SA 망을 빠르게 구축한 티모바일은 6G가 방위산업 등에서 주목받자 불과 2년 만에 AT&T, 버라이즌을 누르고 미국 통신사 시가총액 1위 기업에 올랐다.핀란드 대표 통신사이자 한때 휴대폰 시장을 지배하던 노키아도 네트워크망 투자로 화려하게 부활한 사례로 꼽힌다. 스마트폰 시대에 뒤처지며 존폐 위기에 놓인 노키아는 디바이스 대신 데이터센터용 장비 개발, 5G 기지국용 자체 칩셋 개발을 통해 심폐소생에 성공했다. MWC에서 만난 노키아 네트워크총괄은 “노키아가 부활한 건 모두 네트워크망 투자에 성공한 덕분”이라며 “6G 시장을 먼저 잡아야 다시 실패의 쓴맛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통신사 중에선 KT가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KT는 6G 시대의 초연결성을 구현하기 위해 지상·해상·공중을 모두 커버하는 통신망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종식 KT 네트워크연구소장은 현장에서 “KT SAT이라는 위성 인프라 역량이 KT의 장점”이라며 “지상 이동통신망과 위성 인프라를 결합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을 이미 갖췄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KT는 국내 통신사 가운데 유일하게 5G SA 서비스 제공을 위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다른 회사보다 더 오랜 기간 5G 아키텍처를 구축·운영해 온 경험이 6G 구조 설계 및 상용화 과정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술적 자산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