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이 '장대한 분노(Epic Fury)'로 명명한 대이란 군사작전에 전략 폭격기 'B-2 스피릿' 4대를 투입해 이란의 탄도미사일 보관 지하 벙커를 정밀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란의 지하벙커 핵심 시설을 무력화하기 위해 B-2를 투입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3일 방산테크 업계에 따르면 미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에 "전날 밤 2000파운드(약 907㎏)급 폭탄을 장착한 미군 B-2 스텔스 폭격기가 이란의 강화콘크리트 탄도미사일 지하시설을 타격했다"며 "어떤 나라도 미국의 결의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고 올렸다. 동시에 B-2가 발진하는 모습이 담긴 25초 분량의 영상도 공개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B-2 폭격기는 미 본토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출격해 공중급유를 받으며 장거리 비행했고 이란 내 강화콘크리트 지하 탄도미사일 저장 시설을 성공적으로 타격했다. 중부사령부는 이번 작전에 B-2 폭격기가 몇 대 투입됐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항공 전문 매체인 '디 에비에이셔니스트'는 "이번 임무에 투입된 것으로 보이는 B-2 폭격기 4대가 미 본토로 귀환하며 관제탑과 교신하는 것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B-2는 스텔스 성능을 가진 미 공군의 최첨단 전력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아끼는 핵 전략 자산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가장 무서워하는 폭격기로 알려져 있다. B-2 제작사인 노스롭그루먼 관계자는 "B-2는 대당 가격 24억 달러로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기종"이라며 "비행 1시간당 유지 비용은 15만 달러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길이 20.9m, 폭 52.1m, 높이 5.2m로 세계 최강의 스텔스 기능을 갖춘 B-2는 공중급유를 받으며 최대 37시간 작전 수행이 가능하다. 정원이 2명인 B-2의 콕핏 왼쪽에는 조종사가, 오른쪽 좌석에는 임무 지휘관이 탑승한다. B-2의 스텔스 성능은 적외선, 음향, 전자기파, 가시광선, 레이더 신호를 줄이는 복합 기술에서 비롯된다. 이 신호 감소 덕분에 정교한 방어 시스템조차 B-2를 탐지, 추적, 교전하는 것이 제로에 수렴한다.




스텔스 구현 방법은 미국 정부의 의해 '탑 시크릿'으로 분류돼 정확히 알려진 것이 없다. 레이더와 열 흡수를 극대화한 복합 소재와 빛 반사를 최소화한 스텔스 도료 등 특수 코팅이 핵심 기술일 것으로 추정된다. 보통 레이더는 금속에 부딪혀 반사되는 전파를 감지해 위치를 파악하지만 B-2의 특수 스텔스 도료는 전파를 반사하지 않고 흡수해버린다. 1회 출격 후에는 스텔스 도료를 기체에 재도포한다.
B-2의 스텔스 설계는 레이더 반사면적(RCS)을 극소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개된 수치로는 약 0.1㎡ 수준의 RCS로 알려졌다. 특수 저반사 도료와 외형 설계에 힘입어 1만5000m 상공을 낮에 비행해도 가시성이 매우 낮다. 이번 공습 당시 이란은 B-2 영공 침입을 전혀 눈치채지 못해 전투기와 미사일을 한 대도 동원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적의 정교한 방어망을 뚫고 목표물을 위협할 유일한 능력을 갖춰 '죽음의 가오리'로도 불린다.
동체와 날개가 한 몸이 된 전익기 설계 역시 스텔스 성능을 구현하는 요소다. 노스롭그루먼 관계자는 "B-2는 일반 전투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회전한다"며 "꼬리 날개나 보조날개 없이 날개 끝에 '러더(RUDDER)'라고 불리는 장치, 즉 방향을 바꾸는 작은 조종판을 열어 공기 저항을 만들어 회전한다"고 밝혔다. 작은 각도로 회전하기 때문에 회전 반경이 크다. 스텔스 성능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식이다. 일반 항공기들이 가진 꼬리날개와 보조날개 등 부가적인 날개를 모두 없애고 극단적으로 심플하게 디자인해 레이더에 잡힐 수 있는 반사면 자체를 최소화했다.
B-2는 최대 1만5200m 고도에서 최고속도 마하 0.95로 운용되며 순항 속도 마하 0.85로 1만1100㎞에 이르는 장거리 항속능력을 갖췄다. 제너럴일렉트릭의 1만7300파운드급 'F118-GE-100 터보팬' 엔진 4기는 기체 정중앙 깊숙히 숨겨 소음과 열 신호를 최소화했다. 회사 관계자는 "폭격기로서의 핵심은 압도적인 내부 폭장량"이라며 "B-2는 두 개의 내부 무장창에 총 18t의 무기를 장착할 수 있어 외부 무장 적재에 따른 스텔스 손실 없이 막강한 화력을 실을 수 있다"고 밝혔다. 탑재 옵션으로는 227㎏급 Mk-82 폭탄 80발, 340㎏급 GBU-38 폭탄 JDAM 80발 등이 있다. AGM-158 JASSM 순항미사일 16발도 통합 탑재할 수 있다.
B-2는 전략 핵무장 투사 플랫폼으로서도 설계됐다. 최대 350kt급의 B61이나 1.2Mt급의 B83핵폭탄을 16발을 적재할 수 있다. 이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약 15kt)의 파괴력을 능가한다. 노스롭그루먼 관계자는 "B-2는 단순한 폭격기를 넘어 핵 억제력과 위협 가시성을 동시에 갖춘 유일한 전략 자산"이라며 "고고도 장거리 비행능력, 내부 폭장창을 통한 대량 무장 탑재, 높은 수준의 스텔스성능은 전장 접근의 성공률을 높이며 전술적·전략적 선택지를 다양화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