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을부터 급등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국채 금리가 하락하면서 대출의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가 함께 하락세로 전환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에 가까운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이달에도 주담대 금리는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치솟던 금리가 꺾이긴 했지만 향후 하락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빌릴 때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2월 들어 꺾인 주담대 금리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금리가 5년간 유지되는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를 이날 연 4.38~5.78%로 책정했다. 일주일 전인 지난달 25일(연 4.49~5.89%)과 비교해 금리를 0.11%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13일(연 4.55~5.95%)과 비교하면 약 3주 사이 0.17%포인트 하락한 수준이다.다른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도 지난달 중순 정점을 찍은 이후 하향세가 뚜렷하다. 신한은행의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지난달 10일 연 4.42~5.83%에서 27일 연 4.27~5.68%로 0.1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의 고정형 주담대 금리는 연 4.51~5.66%에서 연 4.28~5.48%로 최저 금리 기준 0.23%포인트 떨어졌다. 우리은행의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이 기간 연 4.79~5.99%에서 연 4.64~5.84%로 0.15%포인트 낮아졌다.
지난 1월까지만 해도 주담대 금리는 빠른 속도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새로 판매한 주담대의 가중평균 금리는 작년 9월 연 3.96%에서 지난 1월 연 4.29%로 4개월 동안 0.33%포인트 치솟았다.
작년 가을부터 이어져 온 금리 상승세가 지난달 중순 이후 내림세로 꺾인 것은 은행이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은행채의 금리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년 만기 은행채(무보증·AAA) 금리는 지난 2월 9일 연 3.839%에서 26일 연 3.612%로 0.227%포인트 하락했다. 시중은행의 여신 담당 임원은 “국내 채권 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국고채 금리가 2월 들어 하락하면서 은행채 금리도 동반 내려갔다”고 설명했다.
◇ 변동형 주담대, 고정형보다 한도 적어
이달 말까지는 주담대 금리의 하향 안정세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한은이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하는 동시에 이전과 달리 비둘기파적인 모습을 명확하게 시장에 보여줬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통화위원 7명이 6개월 뒤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점으로 나타낸 ‘점도표’에 21개(위원당 3개) 점 중 16개가 연 2.5%에 찍히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왔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발표하면서 “(3년 만기 국채 금리가) 기준금리와 0.6%포인트 이상 격차가 벌어진 것은 금리 동결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과도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담대를 고정금리형이 아니라 변동금리형으로 빌리기엔 아직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보통 금리가 낮아질 때는 고정금리형보다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받는 것이 유리하지만, 여전히 변동금리형 주담대 금리가 더 높아 향후 기대할 수 있는 상대적 이점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변동금리형 주담대 평균 금리는 지난 1월 기준 연 4.4%로, 고정금리형 주담대(연 4.26%)보다 0.14%포인트 높다. 은행권이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상대적으로 더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변동금리형과 고정금리형 주담대 사이의 격차는 작년 11월 연 0.01%포인트에서 12월 0.1%포인트, 올 1월 0.14%포인트 등으로 계속 확대되는 추세다.
이에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빌리는 것이 고정금리형 주담대를 받는 것보다 유리한 선택이 되기 위해선 주담대를 받은 이후 기준금리가 2회 안팎 더 내려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한은은 향후 6개월 동안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은 금통위원 중 1명은 물가를 이유로 6개월 뒤 기준금리 인상을 전망하기도 했다.
정부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따라 변동금리형 주담대는 대출 한도마저 고정금리형보다 10% 안팎 낮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연봉 5000만원인 직장인이 수도권에서 30년 만기 주담대를 연 4.2%의 금리로 빌릴 경우 주기형(5년) 주담대를 선택하면 최대 3억2000만원을 빌릴 수 있지만 변동금리형 주담대를 선택하면 2억9000만원으로 한도가 줄어든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