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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도 안했는데…"왜 해고 하셨나요" 1800만원 황당 요구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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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도 안했는데…"왜 해고 하셨나요" 1800만원 황당 요구 [곽용희의 인사노무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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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접 후 채용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부당해고'를 주장하며 수천만원 규모의 소송을 제기한 구직자가 패소했다. 면접 참석을 위해 지출한 교통비와 이발비·식비 등은 채용 여부와 상관없이 본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는 판단도 함께 나왔다. 전문가들은 면접 과정에서 채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는데 오해를 살만한 표현은 피해야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면접 봤을뿐인데 "채용된거 아니냐"...부당해고 소송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 제1민사부는 원고 A씨가 모텔을 운영하는 B사장을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A씨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평택시에서 '무인호텔'을 운영하던 B 사장은 2024년 7월 '당번' 업무를 수행할 직원을 뽑기 위해 구인공고를 올렸다. 이를 본 A씨는 7월 19일 지원서를 제출했고 당일 바로 B 사장과 전화 면접을 진행했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고 이튿날인 20일에는 호텔에서 직접 만나 대면 면접까지 마쳤다.


    하지만 21일 전화 통화에서 B 사장은 A씨에게 "선생님과 인연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이 좀 그렇다", "며칠 내로 연락을 주겠다"며 확답을 피했다. 이에 A씨는 "이직 안 하고 기다릴 테니 연락 달라"고 답을 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출근 예정일이라 믿었던 22일 A씨는 "어떤 일도 괜찮고 월급도 낮게 조정 가능하다"는 문자를 보냈으나 끝내 합격 통보는 오지 않았다.


    A씨는 2주 정도가 지난 8월 초 "면접 때 객실점검, 전산처리 등 업무인수인계를 해서 월요일부터 근무한다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해고 통보를 하셨다. 왜 해고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다"며 법적 절차를 예고했다. 이에 B사장은 "출근도 안 했는데 무슨 해고냐"며 황당해했다.

    A씨는 결국 해고무효 확인 및 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면접 당시 사장이 "바로 근무하라"고 했다며 구두로 근로계약이 체결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나를 채용하지 않은 것은 부당해고"라며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300만원, 퇴직금 300만원, 연차휴가수당 200만원을 달라고도 요구했다. 또 면접을 위해 지출한 왕복 택시비(6만8600원), 이발비(1만2000원), 식사비(1만원)와 이전 직장을 그만둔 데 따른 위자료 1800만 원을 요구했다.
    ○법원 "채용 확정으로 보긴 어려워...면접 비용은 본인 부담"




    재판부는 "구두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B사장의 손을 들었다. 특히 전화면접 당시 B사장이 A씨에게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냐"고 물은 것에 대해선 "최종합격 및 채용을 통지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스스로 월급 조정을 언급한 문자를 두고도 "업무 내용이나 급여가 확정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덧붙였다.

    택시비와 식사비 청구도 기각했다.재판부는 "면접 절차는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위하여 실시하는 것"이라며 "면접에 참석하기 위해 지출한 교통비, 식사비는 설사 근로계약이 체결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출했을 비용에 해당한다"고 봤다. 특히 이발비에 대해서도 "용모가 단정하게 보이도록 이발을 한 것 역시 계약의 교섭단계에서 이행행위를 준비한 것에 불과하고, 이는 A의 위험 판단과 책임에 의한 것"이라며 채용 거절 탓에 발생한 손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전문가들은 구직자 입장에서는 면접 분위기가 좋거나 긍정적인 질문을 받았다고 '합격'으로 단정 짓고 기존 직장을 그만두는 등 성급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반면 사용자도 합격 여부를 빠르게 통보해 주는 게 좋다.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도 "구인자는 채용대상자를 확정한 경우에는 지체 없이 구직자에게 채용 여부를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구직자 입장에서는 면접 후 연락이 없으면 다른 회사에 지원해야 할지, 출근 준비를 해야 할지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상태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가 느끼는 '기대감'이 법적 '근로계약'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합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채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정적 표현은 삼가고, 합격 여부에 대해 가급적 빠르고 확실하게 통보를 해주는 편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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