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하고 양국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해 공급망과 탈탄소 등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양국 정상은 또 소형모듈원전(SMR) 공동 개발, 인공지능(AI) 협력 등을 담은 양해각서(MOU) 5건을 맺고 경제 협력을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항공 MRO 등 FTA 개선
이 대통령과 웡 총리는 이날 싱가포르 외교부 청사에서 80분간 정상회담을 하고 이런 내용이 담긴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발언 및 공동 언론 발표에서 “두 정상은 올해 발효 20주년을 맞는 양국 FTA를 통상 및 경제안보 환경 변화와 기술 발전을 충분히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하기로 했다”며 “이번 방문을 통해 양국 통상 투자 분야의 협력을 고도화하고 미래 전략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심화·확대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웡 총리는 “한국과 싱가포르는 비슷한 입장을 가진 국가로서 자유무역을 수호하고 규칙 기반의 질서를 수호하는 전략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나아갈 길이 무궁무진하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FTA 가운데 공급망, 그린(친환경) 경제, 무역 원활화, 항공 유지·보수·정비(MRO) 등 4개 분야를 개선하기로 했다. 특히 항공 MRO에서 손잡으면 한국 기업이 싱가포르에서 항공기 부품을 원활하게 수입할 수 있고, 규제 장벽이 낮아져 MRO 수주에 유리해질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싱가포르는 글로벌 항공 MRO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하는 ‘MRO 강국’이다.
이 밖에 양국은 ‘SMR 협력에 관한 MOU’를 맺고 SMR 모델 공동 개발과 인력 양성에 협력하기로 했다. 또 양자, 우주·위성 등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는 ‘과학기술 협력에 관한 MOU’를 체결했다. 웡 총리는 “싱가포르는 원전의 잠재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장기적인 에너지 믹스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주택, 사회 문제 안 돼 놀라워”
두 정상은 AI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AI 협력 프레임워크’ 체결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피지컬 AI 기반 산업 혁신과 AI의 실생활 적용에 대한 공동연구 및 투자 확대를 통해 AI 협력의 추진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이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양국 AI 기업, 스타트업 등 관계자 180여 명이 모인 ‘한·싱가포르 AI 커넥트 서밋’에 참석한 것도 AI에 무게를 둔 행보다. 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싱가포르에 3억달러 규모 글로벌 펀드를 조성할 것”이라며 “양국 AI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하고, 혁신을 중심으로 한 공동 성장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주된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타르만 샨무가라트남 싱가포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정말로 놀라운 점은 이 좁은 국토에서 엄청난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으면서도 주택 문제나 부동산 문제로 전혀 사회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제가 오래전 성남시장으로 일할 때부터 싱가포르 부동산 정책에 각별한 관심이 있었는데, 많이 배워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웡 총리와의 비공개 회담에서도 부동산, 저출생 문제 등에 대해 정책 토론을 하고, 싱가포르의 경험을 배우거나 응용할 만하겠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3일 필리핀 마닐라로 이동해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현지 비즈니스포럼 등에 참석한다.
싱가포르=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