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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우리는 왜 화성으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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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우리는 왜 화성으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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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화성으로 갑니다.” 몇 년 전 회의실에서 그렇게 말했다. 농담이 아니었다. 언젠가 국내 최초로 화성 탐사선을 개발하는 민간 회사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제로 화성 탐사를 중장기 비전으로 내건 채용 공고도 냈다. 다소 과감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나는 그 문장이 우리 조직의 방향을 가장 정확하게 설명한다고 믿었다. 화성은 단순한 목적지가 아니다. 우리가 가고자 하는 사업의 방향이다.

    그러나 선언만으로는 갈 수 없다. 무인 화성 탐사와 군집위성 자율 운용 같은 차세대 미션을 수행하려면 위성이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통신 지연이 수십 분에 이르기 때문에 지상에서 일일이 명령을 내리는 구조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나는 구성원들에게 말했다. 위성에 ‘뇌’를 달자고. 단순한 제어를 넘어 스스로 판단하는 지능을 실어보자고.


    갈 길이 정해졌으니 어떻게 갈 것인지 결정해야 했다. 처음에는 해외 장비 구매를 검토했다. 이미 검증된 안전한 선택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길은 결국 기술의 핵심을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여서 아쉬운 마음도 컸다. 그때 한 임직원이 손을 들었다. “제가 직접 개발해보겠습니다.” 당시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장착한 위성 인공지능(AI) 온보드 프로세서를 만드는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거의 없었다. 작은 한국 기업이 도전하기에는 무모해 보였다. 내부적으로도 반대가 작지 않았다. 일정과 비용, 실패 가능성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그럼에도 나는 그를 책임자로 세우고 예산과 인력을 지원하기로 했다. 방향을 정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과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고 믿었다.

    7개월 만에 우리는 위성의 뇌 역할을 할 AI 온보드 프로세서를 완성했다. 지상 시험을 무난히 통과하고, 우주에서도 정상 작동을 확인했다. 이를 기반으로 AI 큐브위성도 발사해 실제 상용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기술은 연구 성과에 머물지 않고 사업으로 연결됐다. 그렇게 우리는 자율 운용 위성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증명했다.


    이는 우리 회사가 처음 우주로 발사한 제품이다. 재작년 여름 새벽, 사무실에서 발사 장면을 함께 지켜보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로켓이 솟구치는 그 장면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었다. 회사를 세운 이후 처음으로 우리가 만든 기술이 우주에서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비로소 우리를 ‘우주 AI 기업’이라 부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우주 산업은 낭만보다 계산이 앞선다. 기술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고, 수익 모델과 실행력이 함께 가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화성을 이야기한다. 화성은 당장의 사업 목표가 아니라, 우리가 어디까지 스스로 해내는지에 대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멀리 가겠다고 선언하는 일은 쉽다. 그 방향에 맞는 선택을 매일 반복하는 것은 어렵다. 우리는 오늘도 그 선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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