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사극의 어두운 느낌에서 벗어나 분위기를 최대한 밝게 살려주세요.”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제작한 장항준 감독이 2024년 시각특수효과(VFX) 전문 기업인 덱스터에 요청한 말이다. 지난달 4일 개봉한 이 영화는 2일 기준 누적 관객 수 900만 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9일 서울 상암동 덱스터 본사에서 만난 덱스터의 공동대표인 강종익 대표(왼쪽)와 김욱 대표(오른쪽)는 “영화 몰입도를 높이기 위해 무거운 한국사 소재와 자연 중심의 파릇파릇한 장면을 대비하도록 색감을 살렸다”고 말했다. 이들은 “어두운 장면을 선호하지 않는 장 감독 성향이 영화 전반에 녹아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강 대표와 김 대표는 업계에서 ‘VFX 1세대’로 통한다. 강 대표는 1998년 영화 ‘퇴마록’을 시작으로 ‘엽기적인 그녀’, ‘태극기 휘날리며’ 등에 참여하며 경력을 쌓았다. 김 대표도 일본에서 VFX를 공부한 뒤 귀국해 ‘장화홍련’, ‘이끼’, ‘선덕여왕’ 등의 제작진에 이름을 올렸다.
두 사람은 영화 ‘신과 함께’ 등을 제작한 김용화 감독이 2011년 덱스터를 세울 때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덱스터에서 본부장으로 일할 때인 2017년 영화 ‘기억의 밤’ 촬영을 하며 장 감독과 연을 쌓았다. 이후 2020년 공동대표에 오르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급부상하는 흐름에 맞춰 사업을 재편했다. ‘왕과 사는 남자’ 제작과정에서는 덱스터 직원들이 영화 장면의 색 보정(DI) 업무에 주력할 수 있도록 일정과 작업을 총괄했다.
김 대표는 “영상 제작 후공정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기업으로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만 15편을 제작하는 과정에 참여했다”며 “코로나19 이후 영상 콘텐츠 전반에서 영화급 고화질을 구현하려는 수요에 대응해 DI 작업실을 확충했다”고 강조했다. 덱스터의 DI팀은 23명으로 국내 경쟁사의 2배에 이른다. 압도적 경쟁력으로 영화 외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과 ‘수리남’, ‘마스크걸’ 등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최근에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김 대표는 “K컬처가 급부상하면서 해외에서 여러 기회가 생기고 있다”며 “VFX 기술력이 부족한 일본, 인도 등에서 협업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목표는 ‘덱스터답다’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김 대표는 “단순히 화려한 영상미를 구현하는 것을 넘어 탄탄한 스토리에 기술을 녹여 보는 사람에게 독특한 재미를 주고 싶다”며 “올해 반드시 흑자 전환해 양질의 영화 작업에 참여할 수 있는 물적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강 대표는 “영화의 막이 오를 때 관람객이 덱스터 로고를 보고 ‘믿고 볼 수 있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원종환 기자 won04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