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을 둘러싼 논쟁은 늘 뜨겁다. 정권을 막론하고 집값이 오르면 “투기 세력 탓”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규제가 강화되면 “시장 왜곡”이라는 반론이 뒤따른다. 세금이 답이라는 주장과 공급이 해법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그러나 이런 반복된 공방 속에서 정작 우리는 중요한 질문을 충분히 던지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부동산 가격을 움직였는지, 부동산 대출이 소비를 얼마나 제약하는지, 특정 정책이 기대와 달리 어떤 부작용을 낳았는지를 정밀하게 점검하고 있는지 말이다.간혹 학술적 연구가 인용되지만, 상당수는 해외 사례를 차용한 분석에 머무르거나 경제학 원론 수준의 이론적 예측에 그친다. 우리 경제의 핵심 현안에 대한 고유한 실증 분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라는 독특한 제도와 높은 가계 부동산 자산 비중을 가진 한국의 시장 구조에서는 해외 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더구나 부동산시장은 복잡한 세법과 다양한 주체의 상이한 유인이 얽혀 있어 단순한 수요·공급 분석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사실 한국은 이런 분석에 필요한 데이터가 부족한 나라가 아니다. 국세청은 소득과 자산 정보를, 국토교통부는 실거래 가격과 보유 주택 정보를, 금융당국은 차주 단위의 부채 구조를 정밀하게 보유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에는 가구 구성과 거주지 정보가 축적돼 있다. 문제는 데이터의 부재가 아니라 연결의 부재다.
어느 지역에 거주하는 어떤 가구가 또 다른 지역 주택을 매입하기 위해 금융회사에서 자금을 어떻게 조달했고, 어떤 자산을 담보로 삼았으며, 소득 대비 어느 정도의 상환 부담을 지고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파악하지 못한다면 정책은 정밀해질 수 없다. 엄밀한 분석 없이는 부동산 규제가 실제로 레버리지 투자 수요를 억제했는지, 아니면 특정 계층의 유동성만 압박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 이런 공백은 이념적 해석으로 채워지기 쉽고, 그 결과 정책의 내용이 아니라 정책을 제시하는 주체에 따라 대중의 인식이 형성되는 왜곡을 낳는다.
물론 민감한 데이터 공유가 초래할 수 있는 개인정보 유출 우려는 충분히 존중돼야 한다. 그러나 해외의 경험은 다른 가능성을 보여준다. 핀란드와 덴마크 등은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을 대립적 개념으로 보지 않았다. 원자료를 외부로 반출하지 않되, 허가된 목적에 한해 보안 환경에서 다양한 행정 데이터를 결합·분석할 수 있는 단일 창구를 제도화했다. 데이터는 각 기관에 남겨두고 접근만 중앙에서 통제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조세·복지·노동 정책의 사전·사후 효과를 정밀하게 평가할 기반이 마련됐다. 이는 소모적 논쟁을 줄일 뿐 아니라 정책 변화가 가져올 분배 효과를 사회가 납득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규제’나 ‘더 과감한 완화’가 아니라 정책을 실증적으로 검증할 국가적 인프라다. 한국의 높은 정보기술(IT) 역량을 감안하면 이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에 가깝다. 행정데이터를 안전하게 연결하고 활용할 체계를 구축한다면 부동산 정책은 단순한 가격 안정 차원을 넘어 생산적 금융, 불평등 완화, 세대 간 형평성의 문제와 같은 건설적인 담론으로 확장될 수 있다.
이념적 구호는 정치적 동원을 가능하게 하지만 지속 가능한 해법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데이터에 기반한 분석은 때로 불편한 진실을 드러내지만, 그 위에서만 합리적 타협이 가능하다. 부동산 논쟁이 소모적 대립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우리가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하고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정밀한 증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