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상품·금융 시장은 어제 개장과 함께 ‘오일 쇼크’ 공포에 휩싸였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개장 직후 13% 급등하며 배럴당 82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 1월 이후 최고치로, 4년 만의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시간이 지나며 오름폭이 줄긴 했지만 100달러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일본 닛케이지수, 홍콩 항셍지수가 장 초반 2% 이상 급락하는 등 아시아 증시도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증시는 휴장일로 열리지 않은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반면 안전자산인 금과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달 9일 이후 최고치로 마감했다.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을 가늠하는 게 쉽지 않다. 한국은 원유의 70%, 천연가스의 2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더구나 이 물량의 95%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호르무즈 봉쇄가 길어지면 에너지 공급 차질은 물론 선박 우회로 인해 해상 운임도 최대 80%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된다(한국무역협회). 이렇게 되면 신기록 행진을 이어온 우리 수출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이 올해 성장률을 2%로 전망하면서 유가 기준으로 잡은 게 배럴당 연평균 64달러다. 그러나 유가가 크게 오르면 2% 성장 달성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다. 고유가·고환율로 인해 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현실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주말에 이어 어제도 김민석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비상 대응 체계를 가동했다. 하지만 단기적인 금융 지원과 시장 안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4~5주 이상 전쟁을 지속할 수 있다고 한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한 플랜 B를 마련해 놔야 한다. 지금은 조기 종전 기대를 접고 발생 가능한 모든 리스크를 테이블에 올려놓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