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이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과 신형 미사일 PrSM을 동원해 이란 지도부의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했다. 값싼 드론과 인공지능 정보 분석까지 결합한 이번 작전은 지상군 투입 없이 목표를 제거한 새로운 전쟁 방식으로 평가된다. 다만 보복과 확전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메네이 은신처 직격한 '침묵의 암살자', B-2 스피릿
지난 2월 28일 오전 9시 45분(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의 파스퇴르 거리는 거대한 폭음과 함께 화염에 휩싸였다. 37년간 이란을 철권 통치해온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지하 집무실과 핵심 시설이 단 몇 분 만에 무력화된 순간이었다.
이번 작전의 결정타는 미 미주리주 화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출격한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였다. 노스럽 그루먼이 만든 이 기체는 대당 가격이 약 21억 달러(약 2조 8000억원)에 달해 '역사상 가장 비싼 군용기'이자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미 중부사령부(CENTCOM)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B-2는 이번 공습에서 2000파운드(약 907kg)급 합동정밀직격탄(GBU-31 JDAM)과 지하 시설 파괴에 특화된 관통 폭탄(BLU-109)을 주력으로 사용했다.
특히 하메네이가 머물던 지하 벙커 타격에는 오차범위 5m 이내의 GPS 유도 시스템이 동원되어 정밀도를 극대화했다. 미 군사 전문 매체 더워존(TWZ)은 B-2가 이란 산악 지형 깊숙이 구축된 이른바 '미사일 동굴' 입구를 정밀 타격해 내부 시설을 봉쇄했다고 분석했다. 이는 화력으로 짓누르는 과거의 방식 대신, 적의 '뇌'만을 선택적으로 도려내는 정교한 공습 모델을 보여준 것이다.
주목할 점은 무용론까지 제기되던 고가 전략자산의 효율적 운용이다. 지난해 6월 핵시설 파괴 작전인 '미드나잇 해머' 당시에는 14톤에 육박하는 대형메이스관통탄(GBU-57 MOP)을 투하해 지반 전체를 흔들었지만, 이번에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2000파운드급 폭탄을 다량 투하했다. 이는 주변 민간 시설의 부수적 피해를 최소화해 정치적 부담을 줄이면서도, 특정 지점의 방호력을 무너뜨리는 '누적 정밀 타격' 전술을 구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중부사령부는 "어떤 나라도 미국의 결의를 의심해서는 안 된다"며 B-2의 압도적인 은밀성과 타격 능력이 여전히 유효함을 전 세계에 각인시켰다. 중부사령부는 "대규모 공습을 통해 뱀의 머리를 잘라냈다"며 "미국은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혁명수비대는 더 이상 본부가 없다"고 강조했다.


에이태큼스 뒤이을 'PrSM', 이란 공습서 화려한 데뷔
공중에서 B-2 스피릿이 '침묵의 타격'을 가했다면, 지상에서는 미 육군의 차세대 주력 병기인 신형 정밀타격미사일(PrSM·프리즘)이 세계 최초로 실전 데뷔하며 이란의 심장부를 관통했다.
록히드 마틴이 제작한 PrSM은 지난 30여년간 미 육군 전술 타격의 상징이었던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에이태큼스)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야심작이다.
이번 작전에서 미 중부사령부(CENTCOM)는 고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발사대에서 PrSM이 불을 뿜으며 솟구치는 장면을 공개하며 지상 발사 탄도미사일의 세대교체를 공식화했다.
PrSM의 가장 큰 혁신은 '화력 밀도'와 '사거리'의 동시 정복이다. 기존 에이태큼스는 하이마스 발사대 한 기에 단 1발만 탑재할 수 있었으나, PrSM은 동체 소형화를 통해 2발을 동시에 수납할 수 있다. 한 번의 전개로 두 배의 표적을 제거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사거리 역시 기존 300km 수준에서 500km 이상으로 대폭 확장돼 적의 사거리 밖에서 안전하게 핵심 시설을 타격할 수 있는 '비대칭 우위'를 점했다. 미 육군은 향후 이 사거리를 650km까지 늘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공습에서 PrSM의 주 타격 목표는 시간에 민감한 표적인 이동식 발사대와 탄도미사일 기지였다. 종말 단계에서 초고속 탄도 비행으로 낙하하는 특성상, 레이더 탐지 이후 대응 시간이 극히 짧아 이란의 방공망이 손을 쓰기 어려웠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번 작전이 미 육군이 공군의 근접항공지원 없이도 독자적으로 수백 킬로미터 밖의 적 '미사일 동굴' 입구를 봉쇄하고 지휘 통제 센터를 타격할 수 있는 강력한 장거리 정밀 화력을 손에 넣었음을 입증한 사례라고 분석한다.

이란을 베껴 이란을 쳤다…5000만원 짜리 가성비 드론 승부수
공중의 스텔스 폭격기와 지상의 정밀 미사일이 치명타를 가하기 전, 이란의 촘촘한 방공망을 무력화하며 길을 연 것은 미군 최초의 자폭 드론 부대 태스크포스(TF) 스콜피온이었다.
이번에 투입한 루카스(LUCAS) 드론은 역설적으로 적국 이란의 주력 무기인 '샤헤드-136'을 나사 하나까지 뜯어 분석해 역설계한 병기다. 대당 약 5000만원이라는 저렴한 비용으로 수십억 원대 이란 방공 미사일을 소모시키는 이른바 '가성비 전술'을 미국이 고스란히 되돌려준 것이다.
수백 대의 루카스가 벌떼처럼 날아올라 이란의 S-400 방공망을 포화 상태로 만드는 동안, 미군의 고가 전략 자산들은 아무런 요격 위협 없이 테헤란 심장부로 진입할 수 있었다.
이번 작전의 '눈'과 '귀' 역할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Mossad)의 정밀 휴민트(HUMINT·Human Intelligence)가 맡았다. 팔란티어의 고담 5와 앤스로픽의 AI 클로드가 위성·도청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통합할 때, 모사드는 하메네이 은신처 내부에서 확보한 생체 신호와 물리적 위치 데이터를 제공하며 결정적인 퍼즐을 맞췄다.
AI는 모사드가 현장에서 넘긴 내부 첩보가 휘발되기 전, 단 몇 초 만에 하메네이의 '확정 좌표'를 산출해 냈다. 첨단 알고리즘과 지독한 현장 정보가 결합해 하메네이의 동선을 초 단위로 추적해 낸 결과다.
전문가들은 루카스 드론과 모사드 정보의 결합이 현대 비대칭전의 정수를 보여줬다고 평가한다. 고성능 무인기 MQ-9 리퍼에만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탈피해, 적의 전술을 역이용한 저비용 드론 군집과 초정밀 인적 정보를 결합해 작전의 효율성을 극대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기술적 우위뿐만 아니라 적의 심리와 전략적 허점을 찌르는 지능형 전쟁으로의 진화를 의미한다.
결국 이란은 자신들이 자랑하던 자폭 드론 전술과 철통같은 보안망이 '미국산(American-made)' 응징으로 돌아오는 역설적인 상황 속에서 지도부의 증발을 지켜봐야만 했다.


하메네이는 지웠지만…'끝없는 복수'의 문 열렸다
이번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이 남긴 중요한 메시지는 지상군 투입 없이 적대국의 지휘 체계를 와해시켰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군 카드를 철저히 배제한 배경에는 4500명 이상의 미군이 전사한 이라크전과 2400명이 희생된 아프가니스탄전의 깊은 '트라우마'가 자리 잡고 있다.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에 의해 평가받을 것"이라던 그의 취임사는 무고한 미국 청년들을 '끝없는 전쟁'의 늪에 빠뜨리지 않겠다는 MAGA 지지층과의 핵심 약속이기도 했다.

그러나 '비접촉 전술'이 인명 피해를 완전히 막아주지는 못했다. 작전 개시 이틀 만에 중동 주둔 미군 3명이 전사하고 5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지상군을 보내지 않았음에도 이란의 보복에 희생자가 발생하자, 미국 내 공습 지지 여론(로이터·입소스 설문 조사)은 27%까지 추락했다.
더욱 치명적인 문제는 '공격'이 아닌 '방어'에서 터져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은 미군의 핵심 방어 자산인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와 SM-3 요격 미사일의 재고 부족이 미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군은 지난해 이란과의 '12일 전쟁' 당시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사드 미사일 150발과 SM-3 80발을 쏟아부었지만, 이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사드 미사일은 한 발당 약 331억 원, SM-3는 약 534억원에 달하는 초고가 자산으로 조달 속도가 매우 느리다.
이란 공습 전 댄 케인 합참의장이 백악관 회의에서 미국의 탄약 비축량이 이스라엘 방어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인해 크게 고갈된 상태라 이란에 대한 대규모 작전은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고 보고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이란과의 전면전으로 방공망 재고가 바닥난다면, 미국은 향후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잠재적 분쟁에서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는 전략적 취약성을 노출하게 된다.
이란 역시 이러한 미국의 약점을 정확히 파고들고 있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는 미군 기지를 향해 수천 발의 미사일을 동시에 쏟아붓는 '물량 공세'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라는 극단적 반격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정권의 존망이 걸린 상황에서 이란이 '죽기 살기'식 강경 대응으로 나올 경우, 사태는 하메네이 처단 이후에도 멈추지 않고 중동 전체를 집어삼키는 장기 내전과 다중 대리전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1일 동영상 영상에서 이번 군사작전 과정에서 미군 3명이 전사한 것과 관련, 애도를 표한 뒤 "안타깝게도 이 일이 끝나기 전에 더 많은 희생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더 많은 희생이 있겠지만, 그런 일이 없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미국은 그들의 죽음을 복수하고, 기본적으로 문명을 상대로 전쟁을 해온 테러리스트들에게 가장 가혹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비록 여론의 우려와 무기고의 한계라는 파고가 높지만, 미국은 지상군 한 명 보내지 않고도 적의 수뇌부를 증발시키는 '새로운 전쟁의 승리 공식'을 입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이 첨단 기술과 정밀 타격 역량을 결합해 예측 불가능했던 중동의 혼돈을 다시 미국의 통제 가능한 영역으로 만들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