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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피카르디 종신 악장 이깃비 "파리에선 미학을, 런던에선 순발력을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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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피카르디 종신 악장 이깃비 "파리에선 미학을, 런던에선 순발력을 배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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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고 없는 파리 유학길에 올랐던 서울예고 2학년생 이깃비. 20여 년이 흐른 지금, 그는 유럽 클래식계의 보수적 관행을 깨고 프랑스 국립 악단의 정점에 섰다.


    바이올리니스트 이깃비(사진·35)가 프랑스 국립 피카르디 오케스트라(Orchestre National de Picardie)의 최연소이자 여성 최초, 동양인 최초의 종신 악장으로 선임됐다. 피카르디 국립 오케스트라는 프랑스 파리 북부 오드프랑스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국립 악단. 40년간 자리를 지킨 전임 악장의 뒤를 이어 30대 아시아 연주자가 '종신'으로 낙점된 것은 현지 음악계에서도 이례적인 사건이다. 통상 6개월 이상인 수습 기간은 4개월 만에 조기 종료됐다.

    종신 임명, ‘가족’의 선언


    프랑스 국립 악단에서 종신 임명은 단순한 고용을 넘어선다. ‘슈퍼 솔리스트(Super Soloist)’라 불리는 악장은 악단 전체 사운드의 방향을 결정짓는 절대적 존재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종신이 된다는 건 이제 진짜 ‘가족’이 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너의 음악적 스타일과 리더십을 완전히 신뢰하니, 평생 우리 악단을 맡기겠다’는 강력한 확신이에요. 40년 전통의 무게를 이어받으며 느낀 책임감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악장은 바이올린 파트 리더를 넘어 지휘자와 단원 사이에서 음악적 중심을 잡고, 때로는 솔리스트 이상의 책임을 갖는 자리다. 평생 고용은 물론 공무원에 준하는 연금 등 복지 혜택도 보장받는다.



    지옥의 ‘악장 콩쿠르’

    선발 과정은 사실상 ‘콩쿠르’였다. 30여 명이 지원한 오디션에서 1차 블라인드 테스트를 통과한 건 단 4명뿐이었다. 이후 리사이틀, 악장 전용 엑서프(excerpts·발췌곡) 연주, 그리고 지휘자 없이 단원들을 직접 리허설하는 리더십 검증 등 총 5단계를 하루 만에 통과해야 했다. 모든 단원은 객석에서 이 과정을 지켜봤다. 특히 2차 리사이틀 오디션에서 연주한 차이콥스키 협주곡은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웠다'는 극찬을 받으며,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최종 1인이 됐다.


    “오디션에서 악단의 색채를 모방하기보다 제 음악적 언어를 유지하는 데 집중했어요. 스타일을 억지로 맞추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보일 수 있거든요. 가장 자연스러운 소리와 안정감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이 과정을 빠르게 통과한 배경에는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BBC 스코티시 심포니,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등 영국 유수의 악단에서 객원 악장 및 수석으로 활동하며 쌓은 리더십이 있었다. 낯선 환경에서 소리로 단원들을 설득해온 경험이 보수적인 피카르디 악단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파리의 심미안과 런던의 순발력

    이깃비의 음악 색채는 유럽의 두 거점인 파리와 런던에서 완성됐다. 예원학교를 거쳐 서울예고 2학년 때 프랑스로 건너간 그는 파리 국립고등음악원(CNSM)에서 프랑스 특유의 ‘미학적 음악’을 체득했다. 당시 피아니스트 조성진도 같은 시기에 학교에 다녔고, 두 사람은 여러번 앙상블을 맞추며 도움을 주고받은 사이다. 이후 영국 왕립음악원(RAM) 최고연주자 박사과정, 런던 필하모닉(LPO),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프로의 ‘실전 경험’을 익혔다.



    “프랑스는 아름다움에 대한 집요함이 있어요. 어떤 감정이나 고통도 결국 아름다운 소리로 승화하려 하죠. 항상 ‘소리의 색채와 이유’를 질문받았습니다. 반면 런던은 하루 리허설 후 곧바로 공연에 오를 만큼 즉각적인 완성도를 요구하죠.” 현재 이깃비의 음악은 미학적 탐구와 치열한 현장 경험이 더해진 결과다.

    오디션 당시 단원들은 그의 연주를 듣고 “자기도 모르게 함께 노래하게 된다”는 평가를 내놨다. 그가 추구하는 음악 역시 명확하다. “기계적으로 완벽한 소리보다 따뜻하고 반짝이는 음색을 좋아합니다. 빛을 머금은 금빛 물방울이 떨어지는 순간을 상상하기도 해요.” 이깃비가 추구하는 소리의 색채가 악단의 새로운 기준이 된 것이다.

    “악장은 조율자”

    처음부터 악장을 꿈꾼 것은 아니다. 전환점은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에서 최연소(19세)로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면서부터다. 사이먼 래틀, 샤를 뒤투아, 조슈아 벨, 유자 왕 등 거장들과 무대에 서며 그는 당시 ‘악장’의 존재감에 매료됐다. “지휘자만큼 곡을 해석하고, 때로는 리더로 솔리스트로서 많은 역할을 동시에 해내는 자리에 크게 매력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는 음악이 1등을 하고 끝내는 ‘경기’가 아니라 평생을 함께할 ‘동반자’라고 강조한다. 그와 같은 미래를 꿈꾸는 후배들에게도 ‘왜’ 이 곡을 연주하는지 끊임없이 질문하며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라고 조언한다.

    ‘깃비’라는 한번 들으면 잊을 수 없는 이름은 순 한글로 ‘기쁘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했다. “음악을 하게되어 기쁘고, 음악으로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고 싶다”는 그는 끝으로 “악단의 오랜 전통을 존중하면서 다양한 색채를 더하고 싶고, 각 단원의 목소리가 함께 어우려져 앙상블을 만드는 것. 그것이 제가 가진 목표입니다”라고 말했다.

    조민선 기자 sw75j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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