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2일 한 전시 기획사가 미술전 관람을 포함한 유료 소개팅 프로그램을 선보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참가자를 모집한 결과, 약 3500명이 몰렸다. 총 30명 내외의 인원을 모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경쟁률이 117대 1에 달한 것이다. 참가에 실패한 직장인 박모 씨(28)는 "평소 좋아하는 전시를 매개로 대화하다 보면 상대의 가치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다"며 "다음 회차에도 다시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30세대 커플 만남의 문법이 바뀌고 있다. 데이팅 앱과 플랫폼 등을 통해 요리나 향수 만들기 등 취미를 공유하는 '취향 소개팅'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에는 전시회 동반 관람 등을 통해 상대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정서적 결을 확인하려는 유료 소개팅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2030세대의 '연애사업' 문화는 과거 지연을 통해 주로 이뤄졌으나 코로나19 사태와 다양한 플랫폼 발전 등 시대 변화에 발맞춰 바뀌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이성을 소개받는 데이팅 앱 서비스가 급성장했고, 외모와 학력, 직업 등 소위 '스펙'을 점수화해 검증하는 분위기도 확산했다. 바쁜 직장인 사이에서는 짧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최소한의 비용과 시간으로 이성을 만나는 '점심 소개팅'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효율 중심의 만남은 '프립' '소모임' '문토' '남의집' 같은 소셜링 플랫폼이 부상하며 '활동'의 영역으로 넓어졌다. 데이터 분석 업체 다이티데이터마켓이 지난해 2월 3일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앱 설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모임 앱 이용자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68%에 달했다. 이들은 2만원에서 5만원 내외의 참가비를 내고 등산, 러닝, 베이킹 등 특정 활동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는다.
한 공간에 남녀 20~30명이 모여 10분 내외로 대화를 나눈 뒤 자리를 옮겨가며 모든 상대와 탐색을 이어가는 '로테이션 소개팅'도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례로 프립의 경우 2024년 1월부터 1년간 누적 로테이션 소개팅 신청 건수만 약 10만 건에 육박했다. 오프라인에서 실시간으로 관심사를 공유하며 내면의 결을 확인하려는 욕구가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료 소개팅 프로그램 '시소 애프터'를 기획한 미디어앤아트의 박재현 콘텐츠제작팀 파트장은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부상한 전시회 기반 만남은 단순히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가치관과 감정의 결이 비슷한 사람을 찾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최근의 경향은 만남의 밀도를 높여 나와 결이 맞는 사람을 찾겠다는 의지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최근 소비자는 감자튀김 먹기 모임이나 러닝 크루처럼 공통의 관심사를 매개로 모이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며 "이런 취향 소비가 이성 간 만남으로 확장되면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취향과 가치의 일치 여부를 먼저 따지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