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효성중공업이 미국과 유럽, 인도 등 주요 전력기기 시장에서 잇달아 대형 수주를 따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망 확충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조현준 효성 회장이 선제적으로 단행한 해외 생산기지 투자와 연구개발(R&D) 확대가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매출 5조9685억원, 영업이익 7470억원을 기록해 연간 최대 실적을 올렸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 수주가 늘어난 영향이다. 지난해 말 기준 글로벌 수주잔액은 11조9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약 34% 늘어났다.
북미 시장 성과가 두드러진다. 효성중공업의 북미 매출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2020년 단행한 미국 멤피스 공장 인수가 본격적인 결실을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효성중공업은 멤피스 공장의 초고압변압기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단계적 증설에 나섰다. 2026년까지 4900만달러를 투입해 시험·생산설비를 늘리는 2차 증설을 진행 중이며, 지난해 11월에는 2028년까지 1억5700만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3차 증설 계획도 발표했다. 3차 증설이 마무리되면 멤피스 공장은 미국 최대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생산기지 가운데 하나로 올라설 전망이다.
미국 시장 수주도 이어지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10일 미국의 주요 송전망 운영사와 약 7870억원 규모의 765kV 초고압변압기·리액터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한국 전력기기 기업이 미국에서 따낸 단일 프로젝트 기준 최대 규모다.
유럽에서도 입지를 넓혔다. 효성중공업은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서유럽 시장에서 까다로운 기술 인증과 품질 기준을 충족하며 초고압변압기와 차단기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영국 스코틀랜드의 주요 송전사인 스코티시파워와 850억원 규모의 초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을 맺었다. 이를 바탕으로 영국 275kV 이상 초고압변압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효성중공업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점찍은 분야는 초고압직류송전(HVDC)이다. HVDC는 장거리 대용량 송전에 유리해 재생에너지 확대와 AI 산업 성장에 따른 전력 수요 급증 국면에서 핵심 기술로 꼽힌다.
효성중공업은 2017년부터 200메가와트(MW)급 전압형 HVDC 시스템 개발에 들어가 7년간 약 1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고, 지난해 국내 최초로 200MW급 전압형 HVDC 국산화에 성공했다. 전압형 컨버터와 제어 시스템, 변압기를 포함한 국산 시스템이 실제 계통 운영에 적용된 첫 번째 사례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