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가 인도 등지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설비에 최대 126%에 이르는 관세를 매기기로 했다. 제3국을 통한 중국 태양광 업체의 우회 수출을 막는다는 취지다. 중국산 저가 물량이 시장에서 퇴출당할 가능성이 생기면서 한화큐셀, OCI홀딩스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태양광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24일(현지시간)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에서 수입한 태양광 셀과 모듈에 대해 상계관세 예비판정을 발표했다. 잠정 상계관세율은 인도산 125.87%, 인도네시아산 104.38%, 라오스산 80.67%이며, 7월 6일 최종 확정된다. 상무부는 이와 별도로 해당 국가 제품의 덤핑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반덤핑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중국 자본이 사실상 지배하는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인도네시아 등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왔다는 것이 미 상무부의 판단이다. 해당 기업은 중국 정부 지원금을 받아 생산한 제품을 미국 시장가격보다 저렴한 가격에 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해 이들 3국에서 미국에 수입된 태양광 전지와 패널은 45억달러(약 6조4580억원)어치로 미국 내 전체 태양광 전지, 패널 수입의 67%가량을 차지했다.이번 조치는 미국 태양광제조·무역연합이 지난해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 제품에 대한 조사를 청원한 결과 이뤄졌다. 한화큐셀, 미션솔라에너지(OCI홀딩스 계열사) 등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이 단체에 소속돼 있다. 미국 태양광업계는 중국 업체가 미국 관세를 피하고자 동남아시아 등지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앞서 미 상무부는 지난해 4월 동남아 4국(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에도 중국산 우회 수출 혐의로 고율의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과거 동남아 4국 사례를 미뤄볼 때 이대로 상계관세율이 확정된다면 이번 조사 대상에 오른 인도·인도네시아·라오스 3국의 미국 수출 물량은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제품에 대한 제재 강도를 높이면서 한화큐셀, OCI홀딩스 등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공략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큐셀은 올해 조지아주에 총 8.4GW 규모의 태양광 생산단지 ‘솔라허브’ 완공을 앞두고 있다. 북미 지역 최대 규모의 태양광 설비 생산시설이다. 한화큐셀은 잉곳부터 웨이퍼, 셀, 모듈까지 태양광 밸류체인을 현지에서 생산해 관세 부담을 최소화한다는 구상이다.
한화큐셀에 폴리실리콘을 납품하는 OCI홀딩스도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일 기회가 열렸다. 한화큐셀의 배터리 셀·모듈 생산량이 늘면 OCI홀딩스의 폴리실리콘 수요가 증가하는 구조다. OCI홀딩스는 최근 가동을 시작한 베트남 공장을 통해 폴리실리콘을 넘어 웨이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중국산 태양광 규제가 지속되면서 국내 기업에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미국 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충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로 태양광 수요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