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244.13

  • 63.14
  • 1%
코스닥

1,192.78

  • 4.63
  • 0.39%

"오늘도 10만원은 썼어요"…핫플마다 들어서더니 '깜짝' [현장+]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10만원은 썼어요"…핫플마다 들어서더니 '깜짝' [현장+]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지난달 28일 서울 마포구 AK플라자 홍대점.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4층에 올라서자 200대 넘는 가챠(캡슐토이) 기계가 2단으로 길게 늘어진 풍경이 펼쳐졌다. 기계 안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활용한 파우치·키링·인형 등 각기 다른 제품이 들어 있었다. 결제 단말기에선 카드 승인을 알리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고 기계 앞에 놓인 수거함에는 빈 캡슐이 수북하게 쌓여갔다.

    고등학생 박모 씨는 “경기도 광명에서 한 시간 걸려서 왔다”며 “동네에는 이 정도로 기계 종류가 다양한 매장이 없어 한 달에 한두 번은 홍대를 찾는다”고 말했다. 이어 “귀여운 캐릭터를 뽑는 게 재미있어서 한 번 올 때마다 10만원 정도 쓰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가챠 시장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초기 투자 비용과 재고 관리 부담이 적은 데다가 팬층이 탄탄한 인기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안정적 수요까지 뒷받침하면서다. 과거 문구점 앞에서 동전 몇 개로 즐기던 가챠가 이제 복합쇼핑몰 한 층을 채우는 거대한 소비 공간으로 진화했다.
    "월 매출 15억"…달라진 가챠 위상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가챠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실제 용산 아이파크몰의 지난 1월 가챠 매출은 13억원을 기록했다. 앞서 연말 성수기였던 지난해 12월 매출은 15억원이었다. 애경그룹이 운영하는 홍대 AK플라자 홍대점도 2024년 4월 약 120㎡(약 36평) 규모 가챠 전문 매장이 들여왔는데 1년6개월 만에 운영 기기 수를 2배 이상 확대했다. 가챠로 인한 고객 유입이 늘자 판매 공간을 넓힌 것이다.

    한때 가챠는 불황형 소비의 상징으로 여겨졌다. 1000원 안팎으로 즉각적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소액 오락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가챠 1회 이용 가격은 평균 6000~8000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인기가 높은 IP 상품이나 프리미엄 라인업의 경우 1만5000원을 웃돌기도 한다. 실제 이날 AK플라자에서 판매 중인 건담과 일본 버추얼(가상) 가수 미쿠의 협업 가챠 상품은 가격이 1만7000원이었다.


    비싼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원하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반복 구매하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과거 동전 투입 방식에서 벗어나 카드 결제가 가능해진 점이 지출 규모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1회 기준 6000원 안팎의 비용은 소비자가 느끼기에 비교적 가벼운 지출이라는 인상을 준다. 이 낮은 가격 저항선이 간편한 카드 결제 시스템과 결합하면서 한 자리에서 반복 결제가 이뤄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단건으로는 부담이 크지 않지만 원하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여러 차례 시도하는 과정에서 총지출 금액은 빠르게 불어난다는 귀띔이다.

    한 가챠 매장 직원은 “빈 캡슐이 워낙 많이 나오다 보니 쓰레기 봉투를 평일에도 하루 두세 번씩 교체한다”며 “주말에는 저녁 시간대에만 8번가량 비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만 하고 돌아가는 경우는 드물고, 원하는 제품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결제하는 손님이 많다”며 “최근에는 7000원짜리 가챠를 한 자리에서 10번 넘게 돌리는 고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저비용·고효율…늘어나는 무인 가챠 매장
    수요가 급증하자 가챠 사업에 뛰어드는 개인 사업자도 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가챠는 카페나 아이스크림 매장 등 다른 무인 점포에 비해 초기 투자 비용이 비교적 적고 운영 구조도 단순하다. 상업용 가챠 기계 가격은 한 대당 50만~100만원 수준으로, 소규모 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 인건비 부담이 적은 데다 재고 관리 부담이 없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 대학가나 성수동, 익선동 등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무인 가챠 매장이 줄지어 들어서는 이유다.

    다만 관련 업계는 독점적 IP 확보 능력이 향후 사업 성패를 가를 것이라 입을 모은다. 한 가챠 사업 대표는 “최근 가챠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간 유통업자나 병행 수입을 통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데 개인 사업자는 인기 IP 상품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며 “창업 문턱은 낮아도 제품 수급 여력이 떨어지면 매출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단순 자판기 아니네…가챠로 모객하는 유통업계
    가챠 수요가 입증되면서 유통업계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매장 한쪽에 놓인 이벤트성 콘텐츠가 아닌 체류 시간 확대와 매출 상승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전략적 공간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실제 용산 아이파크몰과 잠실 롯데월드몰 등 대형 쇼핑몰들은 가챠 전용 공간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고객을 매장에 붙잡아 두는 것이 가챠의 가장 큰 강점”이라며 “직접 뽑는 재미가 있다 보니 체류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지고 주변 매장이나 팝업스토어로 연계 소비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모객을 유지하는 핵심 장치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