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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비상금' 사라지고 경영권 방어 어려워져 [자사주 의무소각 파장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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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비상금' 사라지고 경영권 방어 어려워져 [자사주 의무소각 파장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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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02월 27일 17: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국내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정부의 밸류업 정책에 강력한 엔진이 될 전망이다. 자사주 소각은 발행주식 총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과 자기자본이익률(ROE)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 경영의 유연성이 저하되고 재무난이 가중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경영권 방어에 유용했던 자사주가 사라진 빈자리를 행동주의 펀드가 파고들며, 이사회를 직접 장악하려는 움직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중소·벤처엔 ‘비상금’ 실종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상법 개정안이 국내 증시의 저평가 국면을 탈피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국내 상장사들은 자사주를 매입만 하고 소각하는 경우가 적어 ‘반쪽짜리 주주환원’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제 소각이 의무화되면서 자사주 매입은 단기적으로라도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기업 현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자사주는 단순한 주주환원 수단을 넘어 기업 경영의 ‘비상금’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재무 구조가 취약한 중소·중견 기업들이나 스타트업 등은 경기 침체나 유동성 위기 시 자사주를 시장에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해 자금을 조달해왔으나, 이제는 어려워졌다.

    재계는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 등의 소각 의무 대상에서 예외로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벤처기업계는 혁신 기업들의 인재 확보를 위한 성과 보상(RSU)이나 스톡옵션 활용 방안에도 차질이 예상된다는 이유로 개별 법률 개정을 통해 예외 트랙을 설계해달라고도 요구하고 있다.


    중견기업 재무담당 임원(CFO)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위기 상황에서 쓸 수 있는 현금화 자산을 강제로 태워버리는 것과 같다”며 “자본 확충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형사들에 경영 유연성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법 개정에 날개 단 주주 행동주의
    지난해부터 이어진 상법 개정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진을 압박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에는 이사가 회사의 이익만을 고려해도 법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으나, 이제는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공평하게 대우해야 할 의무가 상법에 명문화됐다.


    만약 경영진이 자사주 소각 의무를 회피하거나 대주주 지배력 강화에 활용하려 할 경우, 행동주의 펀드는 주주 이익 침해를 근거로 이사진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 2차 상법 개정으로 도입된 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역시 행동주의 펀드에 유리한 환경을 만들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 선임 시 후보자 수만큼의 투표권을 한 사람에게 몰아줄 수 있는 제도로, 소수 지분만 가진 주주도 자신들이 추천한 인사를 이사회에 진입시키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갖는 감사위원을 별도로 선임하는 제도 또한 지배구조 감시를 위한 강력한 장치다.

    여기에 자사주 처리 계획을 매년 주총에서 승인받도록 한 조항은 기업에 큰 압박이다. 매 주총마다 자사주 소각을 압박하며 표 대결을 벌일 수 있는 ‘정례적인 무대’가 열리는 셈이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이번 법 개정에 맞춰 포이즌 필(적대적 M&A 시 신주 저가 발행권)이나 차등의결권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이 자사주 소각을 법으로 강제하지 않는 대신 다양한 방어 수단을 허용하는 것과 대조적이라는 지적이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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