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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선한 행동이 될 수 없는 이유 [2027학년도 논술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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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선한 행동이 될 수 없는 이유 [2027학년도 논술길잡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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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입시에서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추천되는 책 중 하나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입니다. 이 책이 인문논술의 필독서로 꼽히는 이유는 명확해요. 논술시험이 요구하는 핵심 능력, 즉 ‘근거 있는 판단력’, ‘논리적 사고력’, ‘다양한 관점의 이해’를 가장 효과적으로 훈련시켜주기 때문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정의에 대한 하나의 답을 제시하지 않아요. 그 대신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칸트의 의무론, 공동체주의 등 서로 충돌하는 여러 정의 이론을 소개하며 각각이 어떤 상황에서 설득력을 갖고, 또 어디서 한계를 드러내는지 보여줍니다. 이런 비교와 분석의 과정이야말로 논술에서 필요한 ‘비판적 사고’의 본질이에요.


    특히 샌델 교수는 추상적 이론을 실제 사례와 연결하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줍니다. 전차 딜레마, 가격 폭리, 대리 모병제 같은 구체적인 문제를 통해 우리는 ‘이게 정말 정의로운가?’를 끊임없이 질문하게 되죠. 그리고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와 근거를 찾는 법을 배웁니다.

    오늘은 이 책의 5장에서 다루는 칸트의 의무론을 중심으로, 아마도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논쟁적인 사례 하나를 함께 살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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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를 죽이려는 살인자가 당신의 집 문을 두드립니다. “네 친구가 여기 숨어 있느냐?”고 묻습니다. 당신은 거짓말을 해야 할까요, 진실을 말해야 할까요? 대부분의 사람은 당연히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답할 거예요. 친구의 생명을 구하는 것이 옳은 일 아닌가요? 하지만 18세기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놀랍게도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학생들은 이 답에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친구를 구하기 위한 선의의 거짓말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니, 칸트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요? <정의란 무엇인가> 5장은 바로 이 충격적이면서도 깊이 있는 칸트의 도덕철학을 다룹니다. 그리고 이 불편한 주장이야말로 우리의 사고를 한 단계 성장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가 됩니다.


    칸트가 제시한 도덕의 핵심은 단순하지만 강력해요.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동기다.” 대부분의 윤리학은 ‘무엇을 얻었는가’에 주목합니다. 공리주의는 최대 다수의 행복이라는 결과를, 자유주의는 개인의 선택이라는 결과를 중시하죠. 하지만 칸트는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왜 그 행동을 했는가’라는 동기만이 도덕적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라고 주장했어요.

    칸트에 따르면, 인간은 동물과 달리 ‘이성’과 ‘자유’를 가진 존재입니다. 우리는 본능이나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덕 법칙을 세우고 그에 따라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어요. 바로 이 점이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칸트는 이를 ‘정언명령(Categorical Imperativ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해요. 정언명령이란 ‘어떤 조건이나 결과에 상관없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도덕적 명령’을 뜻합니다. 예를 들어 “성공하려면 열심히 해라”처럼 조건이 붙은 명령(가언명령)이 아니라, “거짓말하지 마라” “사람을 수단으로 대하지 마라”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야 하는 절대적 원칙이죠.



    칸트가 제시한 정언명령의 핵심 공식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네 행동의 준칙이 보편적 법칙이 될 수 있도록 행동하라.” 둘째, “인간을 결코 수단으로만 대하지 말고, 언제나 목적 그 자체로 대우하라.” 이것이 ‘인간 존엄성의 원칙’입니다.

    그렇다면 살인자에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돌아가볼까요? 칸트는 왜 이런 극단적 상황에서도 거짓말을 반대했을까요? 그것은 거짓말이 정언명령의 두 가지 원칙을 모두 위반하기 때문입니다. 첫째, 거짓말은 ‘보편화 가능성’을 통과하지 못해요. 만약 모든 사람이 거짓말을 해도 된다는 규칙이 보편화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언어 자체의 신뢰가 무너집니다. 약속도, 계약도, 의사소통도 불가능해지죠. 즉 거짓말이라는 행위 자체가 자기모순에 빠지는 거예요. 거짓말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효과가 있는 건데, 모두가 거짓말을 한다면 거짓말이라는 개념 자체가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둘째, 거짓말은 상대방을 ‘수단’으로 대하는 행위예요. 거짓말을 하는 순간, 우리는 상대방의 이성적 판단 능력을 무시하고 그를 조종하려고 합니다. 심지어 살인자에게 하는 거짓말도 마찬가지예요. 살인자도 인간이며, 그의 이성과 자유의지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 칸트의 입장입니다.


    많은 사람이 반박해요. “그렇다면 친구가 죽게 내버려두란 말인가요?” 하지만 칸트는 이렇게 답합니다. “친구가 죽는 책임은 살인자에게 있지, 진실을 말한 당신에게 있지 않습니다. 당신은 도덕법칙을 지켰을 뿐이에요. 반대로 거짓말을 하다가 실수로 친구의 위치를 노출했다면, 그 책임은 거짓말을 한 당신에게도 있습니다.”

    이 논리는 냉정하고 비인간적으로 들릴 수 있어요. 하지만 칸트가 말하고자 한 핵심은 이거예요. “도덕은 계산이 아닙니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는 것이 아니에요. 도덕적 행위는 오직 도덕법칙 자체에 대한 존중에서 나와야 합니다.” 칸트의 논리는 극단적이지만, 역설적으로 현대 인권의 기초가 되었어요. 인간은 어떤 목적을 위해 희생될 수 없다는 원칙, 개인의 존엄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침해될 수 없다는 개념은 모두 칸트의 철학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칸트의 철학은 우리 일상에서도 무수히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시험 중 친한 친구가 답을 알려달라고 해요. 거절하면 우정이 깨질까 두렵습니다. 칸트라면 이렇게 말할 거예요. “친구를 위한다는 동기는 선하지만, 부정행위는 보편화될 수 없어요. 그리고 친구를 정말 존중한다면, 그가 스스로 노력할 기회를 빼앗아선 안 됩니다.” 취업을 위해 이력서에 약간의 거짓을 섞는 건 어떨까요? “다들 그렇게 한다”는 변명은 칸트에게 통하지 않아요. 보편화될 수 없는 행동은 도덕적일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칸트의 엄격한 원칙주의는 많은 비판을 받습니다. 샌델 교수도 책에서 칸트 철학의 한계를 지적해요. 현실의 복잡성을 무시하고 개인주의적이며, 감정과 공감 및 문화적 다양성을 배제한다는 비판 등입니다.

    <정의란 무엇인가>가 칸트 철학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가 ‘정답’을 제시해서가 아니에요. 오히려 칸트의 극단적 원칙주의는 우리에게 더 깊이 생각하도록 강요합니다. “정말 결과만 좋으면 모든 수단이 정당화되는가?” “내가 옳다고 믿는 원칙은 보편화될 수 있는가?” “나는 타인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하고 있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논술시험에서 자주 등장하는 윤리적 딜레마의 핵심이에요.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일관된 논리와 근거를 제시하는 거예요. 논술에서 “나는 거짓말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쓰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왜 거짓말이 이 상황에서 정당한가?” “내 주장이 다른 상황에도 일관되게 적용될 수 있는가?” “반대 입장의 논리는 무엇이고, 나는 그것을 어떻게 반박할 수 있는가?”를 명확히 밝혀야 합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처럼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칸트의 의무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미덕 윤리, 롤스의 정의론, 공동체주의까지 다양한 정의 이론을 비교하며 보여줍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양한 사상가와 논쟁해보세요. 동의하든 반박하든, 당신의 사고는 한 단계 더 성장할 거예요.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논술이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능력, ‘근거 있는 판단력’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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