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27일 ‘4심제’ 논란이 일고 있는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대법관 수를 14명에서 26명으로 늘리는 대법관 증원법(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상정했고, 이 법은 28일 처리될 전망이다. 전날 처리한 법왜곡죄를 포함한 민주당의 ‘사법 3법’은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다. 법조계에서 위헌성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날 ‘대법원 서열 2위’ 박영재 법원행정처장은 사퇴 의사를 밝혔다.
◇법조계, 대법관 22명 ‘코드인사’ 우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판소원법을 재석 225명 중 찬성 162명, 반대 63명으로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이어갔지만, 토론 시작 24시간이 지나 종결되자마자 법안이 처리됐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사법파괴 독재완성’ 등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 법은 현행 3심제의 마지막 단계인 대법원 확정판결을 헌재가 심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거나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한 경우 등을 헌법소원 심판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야당은 사실상의 4심제 도입이라며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이날 반대 토론에 나선 김희정 국민의힘 의원은 “헌법 101조·107조상 사법권의 최종심 권한은 대법원이 가진다”며 “법률 개정만으로 헌법이 결단한 구조를 바꾸는 것은 위헌”이라고 지적했다. 피해자 권리 구제의 지연, 변호사 비용 증가 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판소원은 국민 기본권 침해를 보호하는 헌법심”이라며 처리를 강행했다.
28일에는 대법관 증원법이 처리될 예정이다. 해당 법은 현재 14명인 대법관을 매년 4명씩 3년간 총 12명 증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를 통과한다면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 내 임명하는 대법관은 22명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명을 ‘코드인사’로 임명한다면 법원 전체가 정치권에 종속돼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며 “대법원의 과중한 사건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이라면 각 정권에서 대법원 소부를 구성하는 4명씩만 순차 증원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법원 업무 과중으로 심층적인 심리가 어려워졌다며 ‘속도전’을 강조하고 있다.
◇與 “대법원장도 사퇴하라” 압박
개혁 대상으로 지목된 사법부에선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날 박 처장은 취임 42일 만에 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전했다. 사법부 차원에서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사법 3법의 ‘완성’이 임박하자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에서다.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의 2인자로 평가받는다.민주당의 사법 3법 처리를 앞두고 법원행정처는 지난 25일 전국법원장회의를 긴급 소집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법원장들이 “충분한 공론화와 중대한 부작용에 대한 숙의 없이 본회의에 부의된 데 심각한 유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결과적으로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 민주당에선 외려 날 선 반응이 터져 나왔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박 처장의 사퇴 표명과 관련해 SNS에 “사표를 낼 사람은 조희대 대법원장”이라며 “밀려서 사퇴하느니 자진 사퇴가 그나마 나을 것”이라고 썼다.
6·3 지방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의 조 대법원장 탄핵 언급이 잦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사법부 압박을 지지층 결집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시은/안대규/장서우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