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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선택적으로 발휘되는 '검찰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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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선택적으로 발휘되는 '검찰의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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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독 정치 관련 사건에서만 검찰의 자존심이 발휘되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돈봉투 사건에 대해 검찰의 상고 포기 결정이 내려지자, 일선 검찰청 관계자가 내뱉은 말이다. 1심에서 징역 2년 실형이 선고된 사건이 2심에서 ‘위법수집증거’라는 법리로 뒤집혔는데, 지휘부는 상고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이에 대해 “압수물의 증거능력에 관해 엄격해진 판단 기조를 고려했다”고 해명했지만, 검찰 내부 반응은 냉랭하다. “법리가 아니라 정치적 기류에 따른 고무줄 항소”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여권 유력 정치인이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사건에서 검찰의 항소 포기는 이제 하나의 패턴이 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장동 개발 비리 재판의 항소를 포기해 7000억원대 범죄수익 환수 기회를 스스로 날렸다. 올해 들어서도 서해 공무원 피살 은폐 사건과 위례신도시 개발 비리 사건에서 줄줄이 항소를 접어 1심 무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시선을 기업인 사건으로 돌리면 검찰의 태도는 180도 달라진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사건에서 1심 재판부가 검찰의 핵심 증거가 ‘별건 수사’로 수집됐다며 무죄를 선고했는데도 검찰은 항소 기한 마지막 날 ‘끝장 승부’를 선언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건에서는 1·2심 모두에서 19개 혐의 전부 무죄가 나왔지만 검찰은 기계적으로 항소·상고를 이어갔다. 결국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가 확정되기까지 4년10개월이 걸렸다.


    인보사 사건에선 결국 상고를 포기하긴 했지만, 그것도 1·2심 연속 무죄 판결 후 기소로부터 5년7개월이 지나서였다. 정치인 사건에서 2심 무죄 하나에 즉각 손을 뗀 것과는 결이 전혀 다르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강조한 ‘기계적·관행적 항소 지양’이라는 원칙 자체는 옳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심 무죄 판결 항소율은 68.7%로 최근 5년 새 최저치를 기록했다. 불필요한 항소를 줄이겠다는 기조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다만 좋은 원칙도 일관되게 적용하지 않으면 독이 된다.



    여권 정치인 사건에서는 자존심을 접고, 기업인 사건에서는 끝장 승부를 이어가는 검찰에 과연 ‘공익의 대표자’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검찰은 지금 ‘검찰청 폐지, 공소청 출범’이라는 거대한 전환을 앞두고 있다. 항소할 때와 포기할 때의 기준이 정치인과 기업인, 권력의 향배와 무관하게 동일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공소청’으로 간판을 바꾼다 해도, 항소 기준을 바르게 확립하지 못한다면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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