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록적인 랠리를 이어가는 주식 시장이 은행 예금과 부동산에 묶여있던 가계 유동성을 빨아들이고 있다.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이 100조 원 시대를 연 가운데, CMA와 신용거래 잔고까지 나란히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며 코스피 6300포인트 돌파의 강력한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2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는 1억180만3688개로 사상 최고치로 집계됐다. 국내 인구가 약 5100만명 수준임을 감안하면 1인당 2개가량의 주식 계좌를 보유한 셈이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109조 4677억 원으로, 3거래일 연속 증가했다. 이는 지난 2일 기록한 111조 2965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코스피가 ‘5000피’를 넘어 ‘6000피’를 달성하기까지 불과 한달여 밖에 걸리지 않은 데에는 가계 자금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87조 3985억 원 수준이었던 예탁금은 지난달 27일 처음으로 100조 원선을 넘어섰다. 이후 이달 초 한때 90조 원대로 내려앉기도 했으나, 다시 반등하며 최근 6거래일 연속 100조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증시 대기자금으로 꼽히는 증권사 CMA 잔액도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CMA는 증권사가 투자자 예탁금을 활용해 단기 금융상품 등에 운용하는 계좌로, 필요 시 주식시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유동 자금이다. 이달 25일 기준 CMA 잔액은 101조 9125억 원으로 집계됐으며, 지난 20일에는 108조 원까지 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른바 '빚투'로 불리는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연일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지난 2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 134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7조 원 수준이었던 잔고는 코스피 상승 흐름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코스피 상승률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전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최고 수준을 기록하면서, 상승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코스피는 전날까지 49.67% 상승하며 글로벌 주요 지수를 압도하는 성과를 내는 중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은 지난 2024년 초 50조 원 수준이던 예탁금이 크게 증가한 데 대해 “저금리 환경에서 은행 예금 자금이 증권사 계좌로 재분배된 결과”라며 “한국 가계 유동성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순환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