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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최빈국' 부룬디가 스위스처럼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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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최빈국' 부룬디가 스위스처럼 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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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 동북부에 자리 잡은 1400만 인구의 부룬디는 경제학자 사이에선 꽤 알려진 이름이다.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이자 빈곤국가의 전형으로 자주 인용돼서다. 2024년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55달러. 오랜 내전 탓에 변변한 산업이 없는 데다 사람 손에 의존하다 보니 주력인 농업 생산성도 밑바닥이다. 기술도, 자본도 없는데 정치마저 불안정하다. 부룬디를 가난에서 구출하는 건 어느 경제학자도 쉽게 답을 못 내는 고차방정식이다.

    이런 부룬디가 2100년에는 2024년의 스위스(1인당 GDP 8만9783달러)만큼 풍요로워진다는 건 누가 봐도 난센스다. 하지만 세계적인 컨설팅기업 맥킨지의 생각은 다르다. 지난달 내놓은 신간 <풍요의 세기>에서 부룬디를 콕 집어 “75년 뒤에는 지금의 스위스만큼 잘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글로벌 생산성이 매년 2.7%씩 상승해 2100년 세계 경제 규모가 지금의 여덟 배가 되면 낙수효과 등으로 최빈국도 풍족해지는데, 시뮬레이션을 해 보니 가능한 시나리오로 나왔다는 것이다.


    전쟁의 상흔과 보잘것없는 기술로도 지난 100년간 세계가 연평균 3.5%씩 성장했는데, 인공지능(AI)과 로봇을 가진 지금 시대에 못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는 얘기다. 고도화하는 재활용 기술과 친환경 기술 덕에 지구를 괴롭히지 않고도 120억 명이 쓰고도 남을 식량, 자원,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으니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리는 건 공상과학(SF)영화에나 나올 일이라고 맥킨지는 강조했다.

    다만 단서를 달았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는 것. 맥킨지가 내놓은 ‘올바른 선택’은 분배가 아니라 성장이다. 그러기 위해선 미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 미래가 밝다는 확신이 설 때 가정은 아이를 낳고, 기업은 투자에 나서며, 정부는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어떤가. 성장은 쉽지 않으니, 있는 것부터 나누자는 분배주의에 빠져 ‘한강의 기적’을 안겨준 ‘8기통 성장엔진’(근로자, 기술, 투자, 창의성, 에너지, 도시화, 무역, 시장)을 우리 스스로 꺼뜨리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각각의 성장엔진을 살펴보면 우리 경제의 민낯이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먼저 근로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생률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으로 인해 한국의 노동 경쟁력은 점점 약해지고 있다. AI, 로봇 등 첨단 기술은 미국과 중국에 저만치 밀려났다. 기업이 성장을 위해 써야 할 투자금은 부동산에 묶여 있고, 창의성은 획일적인 교육시스템에 묻혔다.

    산업용 전기료는 지난 4년여간 70% 뛰었고, 수도권에 집중된 도시화는 엄청난 ‘과밀 비용’을 낳고 있다. 무역은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로 인해 언제 고장 나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에 내몰렸고,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정부의 과도한 개입 탓에 ‘보이는 손’이 된 지 오래다. 성장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다음 세대가 더 나은 삶을 살 것’이란 응답(지난해 에델만코리아 조사)이 24%에 그칠 수밖에.



    맥킨지의 진단대로 대한민국이 살길은 성장뿐이다. 이런 점에서 이재명 정부가 경제정책의 방점을 성장에 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규제를 없애고, 각종 인프라를 재정비하는 식으로 8기통 성장엔진을 재점화해 우리 기업들이 최고 출력으로 내달릴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래야 성장에 대한 믿음이 생기고, 두둑한 투자가 뒤따르고, 풍족한 분배로 이어진다. 순서가 바뀌어 분배가 맨 앞에 서는 순간 성장엔 브레이크가 걸린다. 대한민국이 맞닥뜨린 최대 리스크는 ‘쇠퇴할 위험’이 아니라 ‘쇠퇴를 선택할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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