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244.13

  • 63.14
  • 1%
코스닥

1,192.78

  • 4.63
  • 0.39%
1/3

[차장 칼럼] 불닭은 매운 닭요리다

페이스북 노출 0

핀(구독)!


뉴스 듣기-

지금 보시는 뉴스를 읽어드립니다.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차장 칼럼] 불닭은 매운 닭요리다

주요 기사

    글자 크기 설정

    번역-

    G언어 선택

    • 한국어
    • 영어
    • 일본어
    • 중국어(간체)
    • 중국어(번체)
    • 베트남어
    삼양식품으로서는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 세계적 인기를 끌어모으며 연 매출 2조원 시대를 연 불닭볶음면이 세계 곳곳에서 법정 다툼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대부분 현지 업체가 짝퉁 불닭볶음면을 만들어 팔면서 벌어진 일이다. 힘들게 쌓아 올린 브랜드 이미지가 모방품과 유사품으로 망가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니 오죽이나 괴롭겠는가. 매출의 8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리는 삼양식품은 상표권을 등록한 88개국 가운데 27개국 법원에서 분쟁을 벌이고 있다.

    김정수 삼양식품 부회장은 지난달 9일 경제성장전략 국민보고회에 참석해 불닭 상표권을 두텁게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했다. 김 부회장은 이재명 대통령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K브랜드를 어떻게 보호하느냐가 점점 더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해외 상표권 침해 문제가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서는 양상”이라고 토로했다.
    짝퉁으로 괴로운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은 가장 시급한 일로 불닭 영어 표기인 ‘Buldak’의 상표권 등록을 꼽는다. 삼양식품이 상표권 분쟁을 벌이는 해외 특허법원에서 가장 먼저 받는 질문이 “한국에서는 보호받고 있느냐”는 것이기 때문이다. 상표는 속지주의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소송 결과에 직접적 영향을 끼칠 수는 없지만 본국에서조차 등록받지 못한 상표라고 한다면 재판에서 유리할 리가 없다. 얼마 전 삼양식품이 이달 ‘Buldak’ 상표를 출원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한글 ‘불닭’은 상표가 될 수 없지만, 영어로는 가능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삼양식품이 ‘Buldak’ 상표권을 획득하면 해외 시장 개척에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삼양식품은 ‘글로벌 1등을 완성할 마침표’라며 상표권의 절실함을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08년 특허법원에서도 명확히 했듯이 불닭은 매운맛 닭고기 요리다. 당시 재판부는 “불닭은 보통명사로 상표 기능의 식별력을 잃었으며 상표권을 인정하면 불닭 요리나 안주를 판매하는 업자들은 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해외서 상표권 등록 지원해야
    상당수 국민이 불닭을 삼양식품 라면의 일종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영어로 표기해도 똑같은 문제가 생긴다. 불닭 음식점이 외국인들을 위해 메뉴에 ‘Buldak’이라고 쓰면 상표권 침해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생긴다. 대기업이 동네 식당 장사까지 불안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삼양식품이 아닌 다른 기업이 한식 불닭을 해외에 제 이름대로 소개할 길이 좁아질 뿐만 아니라 정부 기조와도 엇박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산하 공공기관인 한식진흥원은 지난해부터 한식 이름 ‘한글로 그대로’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파전을 ‘green onion pancake(그린 어니언 팬케이크)’라고 쓰지 말고 ‘pajeon’이라고 소리 나는 대로 표기하자는 것이다.


    지구촌을 휩쓴 불닭볶음면과 제2, 제3의 불닭볶음면 탄생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지원은 반드시 필요하다. 기업이 해외에서 상표권을 취득할 때 체계적으로 지원해주고, 상표권 분쟁이 벌어지면 재외 공관과 관계 부처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줘야 한다. 그러나 안 되는 일도 있다. 찜닭 볶음면이 히트를 친다고 해서 ‘Jjimdak’을 상표로 인정해 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불닭은 영어든 국어든 매운맛 닭고기 요리다.









    실시간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