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진행한 첫 국정연설에서 자신의 업적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이 바로 미국의 황금시대”라면서 지난 정책 성과가 크다고 과시했다.
대법원의 상호관세 등 위헌 판결에도 불구하고 관세 정책은 앞으로 더 강력해질 것이라면서 다른 나라들이 미국과 체결한 합의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고 주장했다.
“관세 더 강력해질 것”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에 대해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라면서도 “좋은 소식은 거의 모든 국가와 기업이 이미 체결한 합의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또 자신이 “대통령으로서 가진 법적 권한을 고려하면 새 합의를 하는 게 훨씬 더 나쁠 수 있다”고 말했다.그는 상호관세 등의 근거로 쓰인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 대신 다른 법조문이 “검증된 대안”이기 때문에 앞으로의 관세는 “이전보다 더 강력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나라들이 내는 관세가 지금의 소득세 제도를 상당히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과장과 거짓이 섞인 발언이다. 미국 연방정부 수입에서 개인소득세와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2026회계연도 기준)은 각각 51.8%와 6.3%에 달한다. 관세 수입의 비중은 6.6%에 불과하다. 또 관세는 외국이 아니라 미국 수입업자가 부담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이 내는 돈’이라는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국 경제 호황의 성과를 알리는 데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은 크게 꺾였고 소득은 빠르게 늘고 있다”면서 “호황의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우리의 적들은 두려워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적’의 의미는 불분명하지만 중국 등을 지칭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 자리에서 이란으로부터 “절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겠다는 비밀 단어를 듣지(약속을 받지) 못했다”면서 “외교로 해결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결코 세계 최대 테러 후원국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또 이란이 이미 유럽과 해외 미군 기지를 위협할 수 있는 미사일을 개발했고 미국 본토에 올 수 있는 미사일도 개발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서반구는 언급했지만 중국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북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그는 “서반구에서 미국의 안보와 우위를 복구하고 있다”고 했다.
MAGA 집회 방불케 해
이날 연설은 총 108분에 달했다. 2000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이 세운 종전 국정연설 최장 기록(1시간 28분 49초)을 갈아치웠다.하지만 새로운 정책이나 의제는 없었고, 평소에 하던 주장을 다시 한 번 반복하는 데 그쳤다.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초당적인 지지를 촉구하는 자리인 경우가 많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지지층을 위한 집회와 같이 활용했다. 민주당 의원들을 “미친 사람들”이라고 면전에서 조롱했고 공화당 지도부는 크게 환호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연설 내내 기립박수를 치고 ‘USA’를 연호했다. 수십 초마다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할 정도였다. MAGA 모자를 쓰고 온 의원도 있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호응하지 않았다. 절반의 환호성과 절반의 침묵이 섞인 분열적인 풍경이 펼쳐졌다.
민주당 의원 수십 명은 연설을 보이콧하고 대체 행사에 참석했다. 참석 의원들도 연설 중 불만의 표시로 자리를 뜨는 경우가 있었다. 앨 그린 하원의원(민주·텍사스)은 트럼프 대통령 면전에 ‘흑인은 유인원이 아니다’는 팻말을 들어보이며 항의하다 퇴장당했다. 그러나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우승한 남자 하키팀이 입장할 때는 양당 모두 일어나 큰 박수로 환영했다. 마찬가지로 우승한 여자 하키팀은 초청을 정중히 거절했다.
대법관 4명도 참석했다. 상호관세 합법 의견서로 트럼프 대통령의 큰 칭찬을 받은 브렛 캐버너 대법관과 위법 판결에 손을 든 존 로버츠 대법원장, 엘리너 케이건 대법관,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이 법복을 입고 맨 앞줄에 앉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발언을 들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