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된 치과 수면진정 치료 중 사망 사고는 의료계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도 큰 충격을 안겼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의료기관에서는 고령의 환자에게 케타민과 미다졸람을 투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약물은 모두 의료 현장에서 합법적이고 효과적으로 사용되는 약제이지만 병용 시 호흡 억제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사건은 특정 약물의 자체적인 문제라기보다 ‘어떤 환자에게, 어떤 용량을, 어떤 환경에서, 어떤 감시 체계하에 사용했는가’라는 치료의 기본 원칙을 준수했는지, 그리고 응급 상황에서 적절히 대처했는지 여부가 더 큰 쟁점이라고 생각한다.
치료제로 쓰인 케타민은 해리성 마취제로서 진통과 진정을 동시에 유도하는 장점이 있다. 통증 조절 능력이 뛰어나고 비교적 혈압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어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고령 환자에게는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노년층은 간과 신장의 기능 저하로 약물 대사와 배설 속도가 느리며 같은 용량이라도 더 강하고 오래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케타민은 드물게 후두 경련, 환각, 혈압 상승, 호흡 억제 등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라면 그 위험이 더욱 높아지므로 의식하 진정요법 시 약물의 사용 원칙과 용량 설정, 그리고 환자의 상태 관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미다졸람 역시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불안 완화와 진정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약물이다. 응급 상황에서 약효를 반전시켜 수면 상태에서 빨리 벗어나게 돕는 길항제 플루마제닐이 있어 다른 유도제보다 안전하게 활용되어 왔다. 특히 치과 공포증이 심한 환자들에게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 약물 역시 호흡을 느리게 만드는 특성이 있다. 문제는 두 약물을 병용할 때 발생하는 상승 작용이다. 각각의 약물이 단독으로는 허용 범위 내에 있더라도 함께 투여할 경우 자가 호흡이 저하되거나 무호흡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 따라서 병용 시에는 더욱 보수적인 용량 설정과 철저한 감시 체계가 전제되어야 한다.
의식하 진정요법, 이른바 ‘수면치료’는 결코 불필요한 시술이 아니다. 치과 공포증은 치료 지연의 주요 원인이며 이는 결국 구강 건강 악화와 전신 질환 위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다수의 임플란트를 한 번에 식립해야 하는 고령 환자나 구토 반사가 심해 일반 진료가 어려운 환자에게는 적절한 진정요법이 오히려 치료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진정의 ‘깊이’가 아니라 ‘안전한 범위 안에서의 관리’다.
비교적 안전한 약물을 사용하더라도 충분한 인력과 장비 없이 고위험 환자를 무리하게 진료한다면 수면마취는 결국 큰 위험성을 내포하게 된다. 안전한 수면진정 치료를 위해서는 몇 가지 핵심 원칙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우선 환자의 연령과 체중, 전신 건강 상태는 물론 기저질환과 복용 약물, 과거 마취 경험 등을 면밀히 분석하는 철저한 사전 평가가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고령 환자에게는 최소 유효 용량을 원칙으로 삼는 보수적인 용량 전략을 택해 단계적으로 반응을 확인하면서 조절해야 한다. 혈압과 맥박, 산소포화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이상 징후 발생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전담 인력이 상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길항제와 기도 확보 장비 등 응급 구조 시스템을 완비하고 정기적인 시뮬레이션 훈련을 통해 숙련도를 유지하는 응급 대응 준비가 필수적이다.
고령사회로 진입한 한국에서 임플란트와 수면진정 치료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확대가 아니라 치료의 표준화와 시스템 구축이다. 이러한 준비가 된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문제가 된 의료기관에서는 수면마취 외에 국소마취제도 다량 사용한 것이 문제가 되었는데 의료기관 선택의 기준이 단순히 비용에만 치중된다면 이러한 비극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환자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고 경험이 풍부한 의료기관을 신중하게 선택한다면 앞서 언급한 사고와 같은 불행은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