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방시혁 의장에게 말합니다. 이제 우리 법정이 아닌 창작의 자리에서 만납시다." 민희진 오케이 레코즈 대표(전 어도어 대표)는 풋옵션 관련 소송 1심 승소로 받을 256억원을 포기하는 대신 소송전을 전면 중단하자고 하이브에 제안했다.
민 대표는 25일 서울 종로구 교원챌린지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프리스타일로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셨을 텐데 오늘 드려야 할 말씀은 굉장히 중요한 이야기여서 읽으면서 설명드리겠다"며 "집중해 들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긴 시간 사건의 본질을 살펴주시고 판결을 명확히 확인해주신 재판부에 감사와 존경을 표한다"며 "2024년 가처분 승소 2025년 경찰 불송치 이번 1심 판결 승소에 이르기까지 긴 터널을 지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이 경영권 찬탈과 템퍼링이 허상이었음을 밝혀줬고 창작 윤리에 대한 대표의식과 대표로서의 경영 판단을 인정해줬다"며 "2년간의 상처를 씻어주는 위로와도 같았다. 의도치 않게 대중에게 피로감을 드린 점에 대해 부채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는 지난 12일 하이브가 제기한 주주 간 계약 해지 확인 청구를 기각하고 민 대표가 제기한 주식 매매대금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하이브가 민 대표에게 약 256억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민 대표는 "승소의 대가로 얻게 될 256억원을 다른 가치와 바꾸기로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평생을 바쳐도 접하기 힘든 금액"이라며 "저에게도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귀한 자금이지만 거액의 돈보다 더 간절히 바라는 가치가 있기에 하이브에 의미 있는 제안을 하고자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장 절실한 이유는 뉴진스 멤버들 때문"이라며 "256억원을 내려놓는 대신 하이브는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소송을 멈추고 모든 소송을 종결하길 제안한다. 여기에는 저뿐 아니라 뉴진스 멤버들 외부 파트너사 팬덤 등을 향한 고발의 종료도 포함된다"고 강조했다.
또 "행복하게 무대 위에 있어야 할 뉴진스가 누군가는 법정에 누군가는 무대에 서 있는 상황을 누구도 행복하게 바라보지 못할 것"이라며 "이처럼 갈갈이 찢긴 마음으로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게는 돈보다 중요한 가치가 많다. 진정성이 확인된 만큼 그 가치가 얼마나 귀한지 꼭 보여드리고 싶다"며 "힘들어하고 있을 뉴진스 멤버들에게 함께하는 어른들이 있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민 대표는 "저와 하이브는 법정이 아닌 창작의 무대에 있어야 한다"며 "현 어도어가 뉴진스가 돌아올 경우 잘 지원하겠다는 약속이 현실화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256억원은 K팝의 건강한 생태계와 아티스트들을 위한 것"이라며 "보다 나은 무대를 팬 여러분께 선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전 어도어' 꼬리표를 떼겠다는 그는 "오케이 레코즈로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한다. 새로운 아티스트를 육성하고 비즈니스에 모든 에너지를 쏟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방시혁 의장을 향해 "창작의 무대에서 만나자"며 "이번 일이 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한다. 오늘 코스피 6000을 돌파했는데 서로 상생할 수 있는 제안에 대해 하이브가 숙고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은 당초 오후 1시 45분에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약 10분 지연돼 시작했다. 대규모 취재진이 모인 가운데 열렸으나 민 대표는 자리에 앉은 채 미리 준비해온 입장문을 읽는 방식으로 발언을 마쳤다. 발표는 5분 남짓에 그쳐 일부 취재진 사이에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왔다.
다음은 민희진 기자회견문 전문.
안녕하세요. 민희진입니다.우선, 지난 긴 시간 동안 사건의 본질을 살펴주시고, 판결로 명확히 확인해주신 재판부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2024년 가처분 승소와 2025년 경찰 불송치, 그리고 2026년의 이번 1심 판결 승소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긴 터널이었습니다.
법원은 '경영권 찬탈’, ‘탬퍼링’이라는 자극적인 프레임이 허상임을 밝혀주셨고, 제가 제기했던 창작 윤리에 대한 문제 의식이 한 회사의 대표로서 마땅히 해야 할 경영 판단이었음을 인정해주셨습니다.
이러한 이번 소송의 결과는 제게 지난 2년간의 상처를 씻어주는 위로와도 같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대중 여러분께 드렸던 피로감에 대해 부채의식을 느낍니다.
이제 그 빚을 새로운 K-팝의 새로운 비전으로 갚아 나가고자 합니다.
오늘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제가 승소의 대가로 얻게 될 256억 원을 다른 가치와 바꾸기로 결정했음을 말씀드리기 위해서입니다.
256억 원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일생을 바쳐도 접하기 힘든 거액입니다. 그리고 이제 막 새로운 시작을 알린 제게도 너무나 귀한 자금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거액의 돈보다 훨씬 더 간절히 바라는 가치가 있기에, 하이브에 의미있는 제안을 하고자 이 기자회견을 열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런 결정을 하게 된 모든 이유 가운데 가장 절실한 이유는 바로 '뉴진스’ 멤버들 때문입니다.
제가 256억 원을 내려놓는 대신, 현재 진행 중인 모든 민형사 소송을 즉각 멈추고 모든 분쟁을 종결하길 제안합니다. 이 제안에는 저 개인뿐만 아니라, 뉴진스 멤버, 외주 파트너사, 전 어도어 직원들은 물론, 이 싸움에 휘말려 상처받은 팬덤을 향한 모든 고소와 고발 종료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이 모든 소송 분쟁이 종료돼야 아티스트들은 물론, 그 가족, 팬덤에 이르기까지 더 이상의 무분별한 잡음이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행복하게 무대에 있어야 할 다섯 멤버가 누군가는 무대 위에, 누군가는 법정 위에 서야 하는 현실을 더는 지켜볼 수 없습니다. 무대 위에 있는 멤버들도 괴로울 것이고, 이를 지켜보는 팬 뿐만 아니라 그 누구도 이 상황을 행복하게 바라보지 못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토록 갈가리 찢겨진 마음으로는 결코 좋은 문화를 만들 수 없습니다.
여러번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제게는 돈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많습니다. 제 진정성이 확인됐기에 이제 세상엔 돈보다 더 귀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256억 원이라는 거액을 다른 가치와 바꾸겠다는 이 결단이, K-팝 산업의 전체적인 발전과 화합으로 승화하길 기대합니다.
저와 하이브가 있어야할 곳은 법정이 아니라 창작의 무대입니다.
제게는 뉴진스를 런칭하며 가졌던 창작의 비전이 있었습니다. 그것을 다 끝내지 못해 너무 아쉽지만, 그렇기 때문에 현 어도어가 법원에서 말씀하셨던 ‘뉴진스가 돌아오면 잘해주겠다‘는 약속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당부드립니다.
뉴진스 멤버 5명이 모두 모여 마음껏 자유롭게 꿈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십시오. 아티스트가 다시 빛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유일한 역할일 것입니다.
제게 256억 원은 K-팝의 건강한 생태계와 아티스트의 평온한 일상을 되찾는 가치보다 크지 않습니다.
이젠 우리 모두 서로가 보다 나은 무대를 팬 여러분께 선사할 수 있도록 각자의 길에서 최선을 다했으면 합니다.
우리 어른들이 법정이 아닌 음악과 무대에서 실력을 겨루는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기를 제안합니다. 이 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함께 피해를 보는 것은 이 산업의 주인공인 아티스트들입니다.
하이브와 방시혁 의장님. 이제 우리 법정이 아닌 창작의 자리에서 만납시다. 2025년 7월의 상법 개정 등 기업의 책임이 엄중해진 시대에, 엔터 산업의 리스크를 해소하고 화합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주주와 팬들을 위한 가장 현명한 경영 판단이 될 것입니다.
이제 저는 '전 어도어 대표'라는 꼬리표를 떼고, '오케이 레코즈 대표'로서 새로운 길을 걷고자 합니다. 앞으로 저는 K-팝 산업을 대표할 새로운 아티스트 육성과 새로운 방향성의 비즈니스에 제 모든 에너지를 쏟겠습니다.
바쁘신 시간에도 제 기자회견에 찾아와주신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오늘 이후 더 이상의 소모적인 기자회견은 없기를 바랍니다.
저는 이제 기자회견장도 법정도 아닌, 창작의 무대에서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제가 가장 잘하는 크리에이티브에 전념하겠습니다. 오늘 제 진심이 전해져, K-팝 산업 전체가 다시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는 전환점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늘 코스피 6천을 돌파했습니다.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제안에 대하여 하이브가 전향적으로 숙고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