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6년 수출 목표를 역대 최대치인 7400억 달러로 설정하고, 반도체 수출 호조 속에서 수출이 늘어난 소비재, 전력기기, 방산, 원전 등의 수출을 확대해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1년 만에 다시 쓰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275조 원 규모의 무역금융을 투입하기로 했다. 무역보험공사에 기존의 ‘보험·보증’ 위주 수출지원을 넘어 수출 기업의 채권을 직접 사들이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방식도 도입한다.
산업통상부는 25일 서울 양재동 KOTRA에서 김정관 장관이 주재하는 관계부처 합동 ‘제1차 민관합동 수출확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범부처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김 장관은 "우리 수출환경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며 "적극적인 수출 다변화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2026년 범부처 수출확대방안'에 따르면 연간 수출 목표치는 7400억 달러다. 지난해 총수출은 7097억 달러를 기록하며 한국은 수출 7000억 달러 돌파 국가에 여섯번째로 이름을 올렸다. 향후 5대 수출 강국에 도약한다는 목표를 마련하고 이를 위해 8대 전략 수출 분야를 새로 선정했다. 반도체과 대미·대중 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품목과 시장을 다변화한다는 방침을 마련했다.
8대 전략 수출 분야는 소비재·전력기기·바이오헬스·방산·원전·자동차·선박·철강 등으로 정했다. 글로벌 트렌드와 정상외교 성과를 결합해 성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소비재 수출 분야에선 한류 박람회를 올해 5회 개최하고, 3000억 원 규모의 전용 자금을 조성해 식품·화장품 등의 수출액을 525억 달러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마련했다. 전력기기·AI 인프라 부문에서는 북미와 중동의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를 기회로 삼아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지원하고, 캐나다 잠수함 수주와 체코 원전 후속 호기 수주를 위해 범부처 역량을 결집하고, 정상외교도 적극 활용하기로 했다.
대기업에 편중된 수출 성과를 지방과 영세 기업으로 확산하기 위한 성장 사다리를 구축하겠다는 대책도 내놨다.
파격적인 대목은 무역금융 혁신이다. 무역보험법을 개정해 무보가 무역보험·보증을 이용 중인 유망 수출 기업에 대해 주식 등을 직접 취득하는 ‘보험·보증 연계 투자’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수출 채권 직접 매입제도도 오입한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채권을 무보가 직접 사들여 현금화해주는 ‘수출 팩토링’ 기법이다. 나성화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대금 미회수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해 기업의 유동성을 즉각 확보해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중소 상생 금융도 5조원대 패키지로 즉시 가동한다. 작년 현대차와 하나은행이 동반 출연하고, 협력사에 금리 인하 및 보증 한도를 우대하는 방식을 전 산업으로 대폭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지방과 영세 기업이 수출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인프라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 연간 200개씩 5년간 1000개의 영세 기업을 수출 기업으로 전환하고, 유망 중소기업 500개사를 선정해 자금을 지원하는 수출희망 1000 및 K-수출스타 500 프로젝트도 시작하기로 했다.
지방정부와 지방은행이 공동출연하는 지역판 상생 금융 상품을 신설하고, ‘5극 3특’ 권역별 성장 엔진 산업에 무역보험 우대 혜택을 부여해줄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누구나 쉽게 수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AI가 시장 추천부터 계약서 검토, 홍보물 제작까지 돕는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에선 수출 중소·중견기업 대상 5조원 규모의 우대금융 지원을 위한 하나은행과 무역보험공사 간 업무협약도 체결됐다. 향후 두 기관은 해외 동반진출 협력사 대상 중장기 보험 지원 한도 상향, 해외 수입자 신용정보 공유 등 무역금융 지원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약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