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생 때는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이폰이었죠. 그런데 인턴 시작하고 기본 통화 녹음 기능이 없어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다음 폰은 갤럭시로 갈아탈 고민을 하고 있어요."(27세 취업준비생 A씨)
Z세대의 상징과도 같았던 '아이폰 독주' 체제에 일부 변화가 감지된다. 사회생활을 앞둔 20대 후반을 중심으로 갤럭시를 선택하겠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취업과 소득 발생 시점에 접어들며 비용과 업무 활용도를 따지는 실용주의 성향이 강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이폰 구매 의향 하락세…삼성은 '유턴족' 기대
24일 한경닷컴이 채용 플랫폼 캐치의 스마트폰 선호도 조사(한경닷컴 의뢰·구직자 3045명), 대학내일20대연구소(대학내일) 'Z세대의 가전·전자 디바이스 브랜드 계급 인식과 소비 전략'(Z세대 78명), 비누랩스 인사이트(비누랩스) '2026 Z세대 트렌드 리포트: IT편'(대학생 500명)을 종합 분석한 결과, Z세대의 스마트폰 선호 지형도에 균열 조짐이 보인다.캐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사용 스마트폰은 애플이 63%로 삼성(35%)을 크게 앞섰다. 그러나 향후 구매 의향에서는 격차가 빠르게 좁혀졌다. 아이폰 구매 의향은 52%로 현재 대비 11%포인트 하락한 반면 삼성은 40%로 상승했다.
특히 실용성과 성능을 중시하는 20대 후반 구직자층에서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졌다. 25~29세 응답자의 아이폰 사용 비율은 62%였지만 향후 구매 의향은 51%로 11%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같은 연령대에서 갤럭시 사용 비율은 36%였으나 구매 의향은 42%로 높아졌다.
캐치 측은 "아이폰은 감성·카메라·생태계, 삼성은 성능·가격 대비 효율이 선택 요인"이라고 요약했다.
비누랩스 조사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확인됐다. Z세대 대학생의 스마트폰 보유 비중은 아이폰 61.6%, 삼성 갤럭시 38.4%로 격차가 23.2%포인트에 달했지만, 향후 구매 의향에서는 아이폰 57.4%, 갤럭시 42.6%로 격차가 눈에 띄게 축소됐다.
감성이냐 신뢰냐…현실에 눈뜬 Z세대?

이 같은 변화의 배경에는 Z세대 특유의 '브랜드 계급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학내일 조사에서 전자 디바이스 브랜드 등급 유형은 '하이엔드', '프리미엄', '매스', '가성비' 등으로 구분됐다.
먼저 애플은 Z세대 사이에서 '하이엔드' 브랜드로 각인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과 콘텐츠 촬영이 일상화된 Z세대에게는 아이폰의 감성적 경험은 여전히 강력한 매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대학내일 측은 "하이엔드는 단일 브랜드로 모든 전자 디바이스를 통일하면서 호환성과 연동성을 갖춘 브랜드 생태계를 이룰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고 짚었다.
다만 '사회생활'이라는 현실 변수가 선택 기준을 바꾸고 있다는 해석이다. 캐치 조사에서 아이폰 이탈을 고려하는 이용자들은 '비싼 가격'과 '기능적 제약'을 주요 이유로 꼽았다. 반면 삼성 스마트폰을 선택하려는 이유로는 '성능'과 '가격 대비 효율'이 가장 많이 언급됐다.
실사용 편의성이 변수로
업계에서는 국내 업무 환경에서 통화 녹음 수요가 높은 점도 갤럭시 선호 상승의 배경으로 꼽았다. 삼성 스마트폰은 해당 기능을 기본 제공하는 반면 애플 아이폰은 공식 기본 기능이 없어 실사용 편의성에서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다.가격 부담 역시 변수로 꼽힌다. 한국 출시가 기준으로 아이폰 17은 256GB 기준 129만원부터, 갤럭시 S25는 115만5000원부터 시작해 동일급에서 삼성 쪽의 체감 부담이 낮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대학내일 조사에서도 삼성은 애플이 속한 하이엔드보다 한 단계 아래인 '프리미엄' 등급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대학내일 측은 "장기간 사용할 수 있는 안정적인 내구성과 사후서비스(A/S)가 잘 돼 있어 고장이 나더라도 어렵지 않게 고쳐 사용할 수 있다는 신뢰도가 Z세대에게 선택 받는 핵심 요소"라고 설명했다.
비누랩스 조사에서도 Z세대는 삼성의 핵심 이미지로 '신뢰 가는(82%)'을 1순위로 꼽았으며, '실용적인·친근한(80%)', '스마트한(76%)'이 그 뒤를 이었다. 애플은 '세련된·고급스러움(84%)'과 '트렌디한(83%)'이 1, 2위를 차지했으나, '불친절한(68%)' 이미지가 그 뒤를 이었다. 비누랩스 측은 "서비스 인식 개선이 여전한 과제"라고 짚었다.
결국 취업 준비와 업무 환경에 진입한 Z세대의 실용주의가 삼성 선호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Z세대는 브랜드 충성도가 높으면서도 동시에 효율성에 민감한 세대"라고 귀띔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