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들의 일상 영상 중 이들의 음주 친화적 장면들이 젊은 시청자들의 음주 욕구를 높인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럿거스대와 하버드대 연구팀은 23일(현지시간) 미국의사협회 저널 JAMA 소아과학(JAMA Pediatrics)에 실린 논문을 통해 "전국 18~24세 2000명을 음주 장면이 있거나 없는 인플루언서 영상에 노출하는 무작위 시험 결과, 음주 친화적 영상을 본 경우 음주 욕구가 70%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기존 연구는 SNS에서 음주 친화적 콘텐츠 노출이 청년층의 음주 태도·행동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긴 했지만, 대부분 단면 연구로 시간적 선후 관계를 확립할 수 없었다"고 이번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논문 교신저자인 존-패트릭 알렘 럿거스대 교수는 "이 연구에서 단순한 음주 친화적 콘텐츠와 음주 욕구 간 연관성을 넘어 시간적 선후관계를 밝히고자 했다"면서 "실험을 통해 참가자들의 음주 욕구가 음주 친화적 콘텐츠 시청 후에 발생했음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온라인 시장조사·데이터 분석 기관 유고브(YouGov)와 협력해 18~24세 미국 성인 2000명을 전국 단위 표본으로 모집해 무작위로 두 그룹에 배정하고, 인플루언서의 영상에 노출한 다음 음주 욕구 변화를 측정했다.
한 그룹은 음주 장면이나 술을 들고 있는 모습 등 음주 친화적 이미지가 포함된 인플루언서의 인스타그램 게시물 20개를 보았고, 다른 그룹은 같은 인플루언서의 게시물이지만 술 관련 이미지가 없는 일상생활 게시물을 시청했다.
음주 친화적인 인플루언서의 콘텐츠를 본 참가자는 음주 욕구 증가 가능성이 술이 포함되지 않은 콘텐츠를 본 경우보다 7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일 SNS 사용 시간과 평생 음주 경험, 이전의 음주 마케팅 노출 등의 영향을 고려해 분석한 결과에서도 음주 친화적 콘텐츠를 본 경우 음주 욕구 증가 가능성이 술이 포함되지 않은 콘텐츠를 본 경우보다 73%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플루언서를 신뢰한다고 평가한 참가자는 술이 등장하는 영상을 본 뒤 음주 욕구가 증가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참가자보다 5배 이상 높았다.
또 지난 30일 사이에 술을 마신 적이 있는 사람은 음주 친화적 콘텐츠 시청 후 음주 욕구 증가 가능성이 40% 높았고, 같은 기간 폭음 경험이 있는 참가자도 음주 욕구 증가 가능성이 30% 증가했다.
알렘 교수는 "어떤 양의 알코올이라도 구강, 식도, 대장 등 위장관을 따라 발생하는 특정 암의 위험을 증가시킨다"면서 "이번 연구는 SNS에서의 음주 노출이 음주 욕구를 유발한다는 점을 무작위 시험으로 입증한 최초 연구"라고 자평했다.
이어 "앞으로 콘텐츠의 출처를 인플루언서 게시물, 브랜드 광고, 인공지능 생성물 등으로 구분해 음주 콘텐츠가 청년층에 미치는 영향을 더 명확히 규명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논문 공동 저자인 알렉스 러셀 하버드의대 교수는 "알코올 문제 예방의 핵심 전략은 음주 시작 시점을 늦추는 것"이라면서 "SNS 같은 온라인 공간이 청소년의 음주 행동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예방 노력 역시 디지털 환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