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헌법에 ‘경자유전’(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 소유) 원칙이 있는데 온갖 방식으로 위헌 행위가 이뤄진다”며 “다들 ‘농지를 사고 농사를 짓는 척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이어 “필요하면 대규모 인력을 통해 전수 조사와 강제매각 명령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논, 밭 등 농지 매매 가격이 높아 귀농이 어렵다고 얘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농촌으로 복귀하려고 해도 밭이 심하게는 20만~30만원씩 하니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며 “이게 다 부동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서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부동산을 투기·투자용으로 보유하는 건 ‘하나 마나’라는 생각을 보여주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정상적인 발전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당 평균 농지 가격은 5만3518원이다. 고점이던 2021년(8만1434원) 대비 34.3% 낮다.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 이어지자 서울 강남권뿐만 아니라 규제지역인 경기 성남·안양·과천 등지에서도 아파트 매물이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성남 분당구의 아파트 매물은 이날 기준 3132가구로 집계됐다. 이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공식화한 지난달 23일(2002가구)보다 56.4%(1130가구) 증가했다. 같은 기간 안양 동안구는 매물이 1830가구에서 2708가구로 47.9% 늘었다.
주택이건 땅이건 투기와 전쟁…땅값 비싸 귀농 터 잡기 어려워
농사 안지으면 1년내 처분해야…명령 이행 안하면 강제금 부과
농사 안지으면 1년내 처분해야…명령 이행 안하면 강제금 부과
이재명 대통령이 24일 헌법에 있는 ‘경자유전’(耕者有田·농사짓는 사람만 농지 보유) 원칙까지 언급한 건 투자·투기 목적의 부동산 소유가 주택이든 농지든 비정상적 가격 결정의 원인이라는 판단에서다. 지금까지 이 대통령이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실거주하지 않는 다주택을 겨냥해 왔다면, 이번에는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농지를 정조준한 것이다. ◇ “주택 다음은 일반 부동산”
이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권력은 규제, 세제, 금융, 공급 등 정상화를 위한 막강한 수단을 가지고 있다”며 “평당 3억원씩 하는 초고가 주택을 보유하든 자유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에 따른 위험과 책임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정부가 보유한 수단을 총동원해 부동산시장을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이 대통령은 90여 분 후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집 문제 다음은 이제 일반 부동산 문제로 정책이 넘어가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시장 정상화 정책 흐름이 다주택 해소를 통한 수도권 집값 잡기에서 농지·토지 등 국내 부동산 전반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취지다. ‘일반 부동산 문제’의 대표격으로 이날 꺼낸 게 농지 문제다.
이 대통령은 “수요가 있고 경쟁이 치열해서 땅값이 오르는 건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어쩔 수 없는 정상적 모습인데, 오로지 땅이라는 이유로 오른다”며 “이러니 귀농, 귀촌을 하려고 해도 터를 잡기 어렵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농지까지 투기 대상이 돼 버리지 않았느냐”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농지 제도 자체가 내부적으로 논의된 건 아니다”며 “평소 대통령의 문제 의식이 이날 회의에서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이 이날 농지 소유 실태 조사와 필요 시 강제매각 명령 검토를 지시하면서 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가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다. 농지법은 농지 소유자가 해당 토지를 농업용으로 이용하지 않을 경우 1년 이내에 처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한 내 처분하지 않으면 시장·군수·구청장이 6개월 이내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 4년째 내림세인 농지 가격
이 대통령은 농지 가격이 높다며 실태 조사를 지시했지만 현 가격 수준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농업인들은 고가에 매입한 농지가 4년 넘게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불만이 적지 않다.농지 가격이 정점을 찍은 해는 2021년이다. 금리 인하 등으로 유동성이 풍부해져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들썩이던 때다. 농지 실거래가는 그해 ㎡당 8만1434원까지 치솟았다가 금리 인상기로 접어들면서 지난해 5만3518원으로 4년 새 34%가량 하락했다. 최근엔 ㎡당 4만40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락 반전에 영향을 준 건 2021년 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투기 의혹 사태다. 당시 LH 직원들이 경기 광명·시흥시 일대 농지를 공유지분 형태로 매입한 뒤 개발 호재를 틈타 되팔아 논란이 됐다. 이들은 해당 필지에 수목을 심는 형식적인 영농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태를 계기로 정부는 농업진흥지역에서는 도시민이 주말·체험 영농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하지 못하게 했고, 투기 우려 지역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으려면 농지위원회 심의를 거치도록 농지법을 개정했다.
청년 농업인 사이에서는 “여전히 농지 가격이 비싸 귀농·창농의 문턱이 높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만약 4억원에 농지를 매입했다면 연 1200만원 이상의 이자 부담이 발생한다. 이를 농업소득만으로 충당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쌀의 경우 1만㎡당 연간 소득이 600만~800만원 수준에 그친다. 정부 관계자는 “농지 가격이 적정한지를 두고 여러 얘기가 있지만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에 비해 비싼 건 사실”이라고 했다.
한재영/이광식/안정락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