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2월 24일 15:00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금융감독원이 국내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을 소집해 주주권 행사의 내실화를 강력히 주문했다. 올해부터 자산운용사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과 평가 결과가 공개되는 만큼 면밀히 준비하라고 강조했다.
황선오 금감원 부원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18개 자산운용사 CEO들과 간담회를 열어 “자산운용업계가 코스피 5000시대 개막에 중요한 축을 담당했으나, 외형적 성장과 주주권 강화 추세에 걸맞은 수탁자 역할 수행에는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율은 2024년 기준 91.6%로 높아졌지만, 안건 반대율은 6.8%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국민연금(20.8%) 등 주요 연기금의 반대율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황 부원장은 “중요 안건에 대해 깊은 검토 없이 그대로 찬성한 사례 등은 업계가 자성해야 할 부분”이라며 “주총 개별 안건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와 충실한 공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단순 문의에 그치고 있는 현재의 주주 활동 방식에서 벗어나, 상법 개정 등 주주권 강화 추세에 부응하는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달라고도 당부했다.
올해부터 자산운용사와 연기금 등 68개사를 대상으로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과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적용 대상 자산군도 기존 상장주식에서 비상장주식과 채권까지 확대되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요소도 반영될 예정이다.
황 부원장은 시스템 구축의 책임자로 CEO를 직접 지목했다. 그는 “상당수 운용사가 의결권 행사를 전담하는 조직이나 성과보상 체계(KPI)를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다”며 “CEO가 직접 전담 조직 마련과 내부 의사결정 기구 정비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수탁자 책임 활동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보상 체계까지 뜯어고치라고도 당부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삼성, 미래에셋, 얼라인파트너스 등 18개 운용사 대표들은 신인의무(Fiduciary Duty) 이행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운용업계는 전문 인력 부족과 펀드 분산투자에 따른 비용 대비 낮은 효익, 낮은 지분율로 인한 영향력 행사의 한계 등을 제약 요인으로 꼽았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수탁자 책임 활동 우수 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외부 전문가 의견 수렴을 위한 내부 위원회 설치 ▲모범 사례 제공 등 당국의 정책적 지원을 제언했다.
금감원은 올해 운용사의 의결권 행사 내역 전반을 점검하는 한편, 주주권 행사 프로세스가 실제로 구축됐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운용사의 노력이 시장에서 투명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개선 사항을 적극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