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외식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어디에서 먹느냐가 먼저다. 소비자는 식당을 고를 때 공간을 보기 시작했다. 오래 머물러도 불편하지 않은지, ‘특유의 감성’이 있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외식업체의 인테리어는 브랜드가 어떤 이미지를 갖고 싶은지, 어떤 고객에게 선택받고 싶은지를 드러내는 핵심 수단이 됐다. 단순히 ‘예쁜 인테리어’를 넘어 타깃 고객과 상권에 맞춰 공간을 설계하고 브랜드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작업이 정교해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감성으로 벽 꾸미기
이 흐름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 이랜드이츠의 월드 고메 뷔페 브랜드 ‘애슐리퀸즈’다. 전국 어디서나 같은 메뉴를 제공하는 외식 브랜드지만, 상권마다 일관되면서도 묘하게 다른 인상을 준다. 이유는 메뉴가 아니라 공간에 있다. 애슐리퀸즈는 매장을 ‘미국 중산층 가정집’으로 설정하고, 그 안을 여러 개의 방으로 나눈다. 아이 방, 엄마의 취향이 드러나는 방, 아빠의 서재 같은 공간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이에 맞는 1950~60년대 실제 빈티지 소품들을 컬렉션 형태로 벽에 꾸며놨다. 그래서 애슐리퀸즈는 ‘벽꾸(벽꾸미기)’에 진심인 브랜드로도 불린다.◇상권마다 차별화 전략
애슐리퀸즈는 상권에 따라 벽에 무엇을 걸지, 어떤 소품을 배치할지를 결정한다. 예를 들어 가족 단위 고객 비중이 높은 신도시·복합몰 상권에서는 여성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무드가 강조된다. 이 공간의 벽에는 꽃손수건, 결혼기념일 접시, 조리도구처럼 가정적인 빈티지 소품이 들어선다.마곡·공덕처럼 직장인 비중이 높은 상권은 퇴근 후 모임이나 점심 회식 수요에 맞춰 정제되고 묵직한 오브제가 선택된다. 담배 파이프, 브리프케이스, 만년필, 클래식한 전화기, 서재를 연상시키는 소형 오브제가 벽과 선반을 채운다. 같은 애슐리퀸즈지만 이곳에서는 ‘집’보다는 ‘어른의 공간’에 가까운 인상을 준다.
신촌·홍대 등 대학가나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상권에서는 캠퍼스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 대학 엠블럼과 깃발, 졸업앨범, 카드와 보드게임 등 활동적인 이미지를 담은 소품이 등장한다. 이처럼 애슐리퀸즈의 ‘벽’은 소품 하나하나를 놓기 전에 어떤 시대에 쓰이던 물건인지, 가정용인지 사무용인지, 어떤 상권과 맞는지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회사 측은 매장별 주제에 맞춰 컬렉션 단위로 묶어 연출했다.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유리 커버와 액자 포밍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고객에게는 자연스럽게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전시 운영에 가까운 기준이 적용된다. 이런 공간 전략은 2000년대 초반 브랜드 론칭 때부터 시작됐다. 애슐리퀸즈는 ‘뉴잉글랜드’ 무드를 근간으로 브랜드가 고객의 인식 속에 남아 있도록 꾸준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성수동에서 오픈한 애슐리퀸즈의 세계관 팝업 스토어 ‘하우스오브애슐리’의 공간 또한 이런 노력을 확장하려는 취지에서 설계됐다.
이랜드이츠 애슐리퀸즈 관계자는 “외식 매장은 단순한 식사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경험이 축적되는 장소”라며, “앞으로도 상권에 맞는 빈티지 컬렉션과 공간 연출을 통해 애슐리퀸즈만의 세계관을 더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한 기자 tw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