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는 23일 “난청 유전자치료제 후보물질을 개발해 일라이릴리에 제공할 예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알지노믹스는 지난해 일라이릴리와 최대 약 2조원(13억3400만달러)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달 초에는 임상 개발 진도에 따라 지급되는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와 별개로 연구비를 받았다.
이 대표는 “구체적인 연구비 금액은 계약상 공개할 수 없다”며 “실제 후보물질 도출에 쓸 수 있는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어 “일라이릴리가 다른 표적에 대한 후보물질을 추가로 요구하면 별도의 연구비와 단계별 기술료를 다시 수령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유전성 난청은 비만 치료제 시장에 이어 일라이릴리가 ‘점찍은’ 새로운 시장이다.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지난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서 유전성 난청 치료제 개발에 대한 의지를 직접 밝혔다. 유전성 난청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약이 없는 대표적인 ‘미개척지’로 꼽힌다.
일라이릴리가 유전성 난청 치료제 개발을 위해 외부와 맺은 계약은 알지노믹스 외 두 건이 더 있다. 2022년 미국 아쿠오스를 인수한 데 이어 2025년 알지노믹스와, 올해 1월 독일 심리스 테라퓨틱스와 각각 기술도입(LI) 계약을 체결했다. 일라이릴리가 복수의 기술을 동시에 확보한 배경에 대해 이 대표는 “유전성 난청은 100여 개 유전자와 관련이 있으며 서로 독립적으로 난청을 유발해 하나의 치료제로는 완치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알지노믹스 기술의 핵심은 돌연변이가 생긴 DNA에서 잘못된 단백질이 만들어지기 전 ‘설계도’ 단계인 RNA를 올바르게 수정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일라이릴리가 도입한 세 개 회사의 기술을 각 유전자 타깃의 특성에 맞게 적용해 후보물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지노믹스는 최근 업계에서 주목받는 ‘원형 RNA’로도 플랫폼 확장에 나섰다. 이 대표는 “유전성 질환 분야에서 원형 RNA의 잠재력이 크다”며 “이 기술에 대한 우선협상권은 일라이릴리가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