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홈쇼핑 업계가 생존을 위해 'TV 바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TV 시청 인구가 감소하면서 유료방송 사업자에 지급하는 송출 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수익성 방어를 위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이다.
24일 홈쇼핑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엘라이브'에서 체험형 뷰티 서비스 프로그램 '뷰티패스'를 선보인다. 메이크업, 두피 케어, 퍼스널 컬러 이용권 등 3040세대 호응이 큰 뷰티 컨설팅 이용권을 대거 선보여 제품 위주의 TV 방송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자체 캐릭터 '벨리곰'을 앞세운 지식재산권(IP)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벨리곰은 2018년 롯데홈쇼핑이 운영한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다. 2022년 60억원 수준이던 관련 매출은 2024년 200억원으로 3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기간 롯데홈쇼핑 전체 매출이 1조778억원에서 9249억원으로 약 14%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존재감이 커졌다.
이처럼 TV 방송을 주력으로 삼아온 홈쇼핑 업체가 다른 분야로 진출을 추진하는 배경에는 송출 수수료라는 '짐'이 있다. 송출 수수료는 홈쇼핑사가 케이블TV·IPTV·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채널을 받는 대가로 지급하는 일종의 '자릿세'다. 채널 번호에 따라 수수료가 달라지는데, 매출이 줄어도 수수료는 변하지 않아 점차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TV홈쇼핑사(7개 법인 기준)가 지불하는 송출 수수료는 2024년 1조9364억원을 기록했다. 방송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율은 73.3%에 달한다. 100만원어치 물건을 팔면 73만3000원은 수수료로 나간 셈이다.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방송 플랫폼에서 홈쇼핑 채널이 사라지고 매출에 타격을 입기 때문에 홈쇼핑 업체들은 송출 수수료 협상에서 항상 '을'의 위치에 있었다.
결국 TV 의존도를 낮추지 못하면 수익성 방어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을 감싸면서 하나둘 화면 밖 신사업 확보에 나선 것이다. 현대홈쇼핑도 오프라인 뷰티 편집숍 '코아시스'를 선보이며 화면 밖 고객 접점을 넓혔다. 단순 체험 매장을 넘어 특정 연령대와 피부 고민에 맞춘 상품 큐레이션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온라인에선 이월·스테디셀러 상품을 재구성한 초저가 전문관도 마련해 실속 소비자 수요를 유인하고 나섰다.
CJ온스타일은 예능형 라이브 방송과 자체 지식재산(IP)을 전면에 내세워 모바일 체류 시간을 끌어올리고 있다. 쇼호스트 중심의 전통적 판매 방송에서 벗어나 셀럽과 전문 진행자가 참여하는 프로그램형 커머스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모바일 라이브 거래액과 이용자 유입이 동시에 늘며 TV 부문의 둔화를 일부 상쇄했다는 평가다.

자체 애플리케이션(앱) 경쟁도 치열하다. 홈쇼핑 업계는 자체 앱에 숏폼 영상, 참여형 코너, 인공지능(AI) 추천 기능을 결합하며 콘텐츠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신세계라이브쇼핑은 모바일앱 내 챗 GPT 기반 '쇼핑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챗 GPT가 방송 정보와 리뷰, 상품 장단점 분석 등을 학습해 고객의 질문에 맞춰 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다.
홈쇼핑 업계는 TV 방송 비중을 줄이려는 시도가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TV 시청 인구가 줄고 송출 수수료 부담이 커지면서 TV 방송에만 의존해서는 매출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TV 방송의 비중을 줄이지 못하면 자칫 이커머스·플랫폼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TV가 여전히 중요한 채널이긴 하지만, 수수료 부담은 점차 커지는 데 반해 성장 가능성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수수료가 들지 않는 자체 앱 등에서는 이커머스와 비교해도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며 "홈쇼핑 업계 성장은 TV 화면 밖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