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비틀쥬스'에서 악동 유령 '비틀쥬스' 역을 맡은 배우 김준수는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느 때보다 도전적이었던 작품"의 무대 뒷이야기를 전했다. 동방신기로 데뷔한 그는 어느덧 17년 차 뮤지컬 배우다.
'비틀쥬스'는 기괴함과 유쾌함이 공존하는 독보적인 스타일로 거장 반열에 오른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1988년)를 무대에 옮긴 작품이다. 수백억년간 이승과 저승 사이에 갇힌 악동 유령 비틀쥬스와 유령을 볼 수 있는 소녀 리디아, 갑작스러운 사고로 유령이 된 아담과 바바라 부부가 만나며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를 담았다. 블랙코미디 판타지 뮤지컬을 표방하는 '비틀쥬스'는 거침없는 욕설과 수위 높은 19금 대사, 그리고 예측불허의 애드리브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작품이다. 그간 '드라큘라', '데스노트', '알라딘' 등에서 신비롭고 묵직한 캐릭터를 맡아온 김준수에게도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공식 석상에서 농담으로라도 욕을 해 본 적이 없어서 관객들이 제 입에서 나오는 거친 욕설을 편하게 받아들여 주실지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그러다 정원영 배우한테서 힌트를 얻었죠. 첫 등장 때 관객들을 향해 '분위기 이게 뭐야, 나 못하겠다'라며 너스레를 떨었더니 환호성을 질러주시더라고요. 그 이후로 제가 욕을 하든, 엉뚱한 이야기를 하든 다 웃어주셔서 아주 짜릿했어요."
김준수가 그리는 비틀쥬스는 "캐스퍼처럼 귀엽고 친근하게 다가가는 유령"이다. "원작의 비틀쥬스와 다른 결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예를 들어 비틀쥬스가 아담과 바바라 부부에게 처음 인사할 때 원작에선 괴물처럼 기괴하게 다가가는 반면, 저는 귀여운 척하는 모습으로 표현하고 있어요."

김준수는 뮤지컬의 매력이 판타지 장르에서 극대화된다고 믿는다. 배우들에겐 난도가 높지만 이번 작품을 선택한 이유기도 하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는 판타지적 요소가 있을 때 영화나 드라마보다도 빛을 발한다고 생각해요.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는 오래 서사를 쌓아갈 수 있는 드라마로 보는 게 낫지만, 비현실적인 세계는 3시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서 구현될 때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어요."
"'비틀쥬스'는 마냥 웃기기만 한 작품이 아니에요. 저도 처음엔 재밌는 뮤지컬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리디아의 어머니 이야기가 나올 때 울면서 보게 되더라고요. '살아 있을 때 내 삶을 소중히 하고, 후회 없이 잘 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는 좋은 작품입니다."
공연은 다음 달 22일까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에서.
허세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