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령관을 지낸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대장)의 재판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의 본류로 꼽히는 윤석열 전 대통령,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 8명의 내란 혐의 사건을 선고한 1심 재판부가 판결문에 박 전 총장의 소극적 가담과 피해 최소화 노력을 적시하면서 향후 법원이 박 전 총장에게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총장의 내란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이 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이현경) 심리로 열렸다. 현역 장성이던 박 전 총장은 그동안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전역해 민간인 신분이 되면서 거주지 관할인 대전지법 논산지원으로 사건이 이송됐다. 이후 내란 특별검사팀이 “서울중앙지법에서 병합 심리해야 한다”며 낸 이송 신청을 법원이 최근 받아들이면서 관할이 서울중앙지법으로 최종 확정됐다.
이번 재판의 최대 쟁점은 내란 ‘본류 사건’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인정한 사실관계가 박 전 총장의 형량에 어떻게 반영될지다. 박 전 총장은 계엄사령관으로 재직하면서 위헌·위법한 포고령을 발령하고, 지휘통솔권을 남용해 군 병력을 국회에 투입하는 데 조력하는 등 소속 군인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내란 본류 사건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 전 총장을 내란의 ‘공모자’로 보면서도 범행 가담의 수동성과 피해 최소화 정황을 명확히 인정했다. 특히 재판부는 박 전 총장이 “특전사령관의 ‘테이저건·공포탄 사용’ 건의를 단호히 금지해 시민과 군의 물리적 충돌을 막아냈다”고 평가했다. 국회 투입 직후 결정적인 순간에 제동을 걸어 유혈 사태를 막았다는 취지다. 아울러 김용현 전 장관이 “항명죄로 처벌하겠다”고 협박하는 등 상부 지시를 거부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도 짚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행동이 양형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군법무관 출신의 김태룡 법률사무소 태룡 대표변호사는 “일반 재판에서도 위계적인 조직에서 상부 지시를 거절하기 어려워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정상 참작 사유로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며 “재판부가 무력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판결문에 적시한 만큼 유리한 양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내란 혐의 자체가 무죄로 뒤집힐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명백히 위법한 명령을 따랐다면 형사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내란 본류 사건 1심 재판부가 비상계엄 포고령 선포와 집행 과정에서 군의 역할을 내란(폭동)의 중대 실행 행위로 판단하며 ‘국회의 헌법상 기능 정지’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점거 시도’ 등을 핵심 사안으로 지적한 만큼, 계엄사령부 편성에 관여하고 포고령을 하달한 박 전 총장이 무죄를 받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정희원 기자 top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