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가치를 알아주고 커리어를 확장시킬 수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거, 그게 당연한 시장의 논리입니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에서 극중 서치펌 대표로 나온 배우 한지민(강지윤 역)은 자사 직원의 이직을 막으려는 대기업 인사팀 과장에게 이 같이 말했다.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데다 경력채용이 활발해지면서 이직을 기본값으로 염두에 두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다. 국내 대표 채용 플랫폼에선 실제 이직 제안 건수가 1200만건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잡코리아·알바몬 운영사 웍스피어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플랫폼에서 이뤄진 연간 입사 지원건수는 9500만건을 넘어섰다. 지난달 기준 15~64세 생산가능인구 약 3497만명이 1명당 연간 2.7회씩 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 채용 공고에 지원한 셈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38.9% 증가했다.
한 차례라도 입사 지원을 시도한 구직자 수는 500만명을 웃돌았다. 구직자 1인당 연간 19회씩 지원한 것인데 전년보다 14.9%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 연간 누적 공고 조회수는 23억회를 돌파했다. 잡코리아·알바몬에서 발생한 이직 제안 건수도 1200만건을 넘었다. 이 기간 신규 회원은 지난 한 해 동안에만 356만명 늘었다.
잡코리아·알바몬은 인공지능(AI) 중심으로 급변하는 고용 환경에서도 트래픽과 지원 규모를 유지하면서 영향력을 유지했다고 전했다. 웍스피어는 "30년간 축적한 데이터와 자체 개발 생성형 AI를 중심으로 구인구직 매칭 서비스를 지속 고도화하고, 사용자인터페이스(UI)·사용자경험(UX) 개편을 통해 사용성을 개선한 효과"라고 설명했다.
잡코리아는 'AI 추천 2.0'을 도입해 구직자들이 이전보다 공고를 적게 보더라도 더 많이 지원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고도화했다. △하이테크(첨단산업) △AI잡스(인공지능) △앗!뜨공(빅테크 포함 인기 공고) 등 산업·직무별 버티컬 채용관을 신설해 공고 탐색 밀도도 높였다. 구인기업을 대상으로는 조회수 기반으로 과금하고 성과를 실시간 추적할 수 있는 공고 상품 '스마트픽'을 도입해 중소기업들 사이에서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알바몬도 △추천하기 △바로출근·채용 기능을 출시해 고용 시장에서 신뢰도를 높였다. 또 커뮤니티 리뉴얼, AI 프롬프트 기반 '알바무물봇'을 도입하면서 이용자 체류시간을 늘리고 사업주 편의성을 개선했다는 평가다.
웍스피어는 최근 인수한 기업 리뷰·평판 플랫폼 잡플래닛과의 시너지도 기대하고 있다. 잡플래닛이 보유한 150만명 이상의 월간활성사용자(MAU) 수를 토대로 공고 탐색과 기업정보 확인, 지원으로 이어지는 채용 전 과정을 연결할 수 있어서다.
웍스피어는 올 상반기 안으로 기업용 비즈센터 '하이어링 센터'를 출시한다. 잡코리아·알바몬에 등록된 모든 공고와 지원자 현황을 하나의 대시보드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공간이다. 서비스별로 산재돼 있던 데이터를 모아 공고 등록부터 지원자 정보, 채용 진행 상황 등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하려는 취지다.
윤현준 웍스피어 대표이사는 "9500만건이 넘는 지원 데이터는 단순 트래픽이 아니라 한국 노동시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지표"라며 "웍스피어는 AI 에이전트 중심 플랫폼 전환을 통해 '제안받는 채용' 시대로의 진화를 가속하고 기업과 구직자 모두에게 보다 정교한 연결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