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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닮은' 로봇 경쟁에 집착 말라"…뼈 때리는 석학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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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닮은' 로봇 경쟁에 집착 말라"…뼈 때리는 석학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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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머노이드가 집 안을 돌아다니며 모든 걸 해줄 것이라는 일론 머스크의 주장은 헛소리입니다.”

    미국 정부의 로봇 로드맵 설계를 주도해 온 헨리크 크리스텐센 미국 UC샌디에이고(UCSD) 교수는 22일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SNU RI) 개소를 앞두고 한국경제신문과의 대담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의 로봇 정책 수립과 산업화 전략을 이끌어 온 대표적인 로봇 전문가다. ‘문맥형 로보틱스’(contextual robotics) 개념을 내세우면서 로봇 연구가 사회적 문제 해결과 연결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 경쟁이 뜨거운 가운데 그는 “형태 중심 경쟁은 국가 전략으로 비효율적”이라며 “한국의 로봇 정책은 기술이 아니라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담은 서울대 로보틱스연구소 초대 연구소장을 맡은 박종우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사진)가 질문하고 크리스텐센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휴머노이드가 가정으로 들어와 모든 일을 해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어떻게 보시나요.

    “휴머노이드는 과학적 도전으로서는 흥미로운 분야입니다. 다만 국가의 경제 전략으로 삼기에는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걷는 로봇은 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듭니다. 청소 로봇을 개발하는 데 굳이 휴머노이드 형태가 필요할까요. 바퀴가 훨씬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형태가 아니라 문제를 얼마나 잘 해결하느냐입니다. 필요하다면 바퀴를 활용해서라도 더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공학적 접근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휴머노이드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특히 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람 손끝에는 약 600개의 감각 수용체가 있습니다. 미세한 압력과 질감을 느끼죠. 현재 기술은 그 수준에 아직 근접하지 못했습니다. 인간처럼 섬세하게 물건을 다루는 로봇 손을 개발하는 데만 최소 10년은 더 필요할 겁니다. 침대에서 사람을 안전하게 일으키거나 옷을 입히는 것처럼 일상적인 동작도 아직은 로봇에 매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세계적으로 휴머노이드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사람 형태는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고 투자자에게도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기술적 난이도와 경제성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제 산업에서는 문제를 가장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형태가 살아남습니다.”


    ▷요즘은 데이터를 많이 학습시키면 이런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 같은 접근이죠.

    “영상 데이터만으로 모든 걸 학습할 수 있다는 건 과도한 낙관론입니다. 사람들이 그리는 청사진과 실제 가능한 것 사이에는 무려 70%의 간극이 있습니다. 올림픽 스키 영상을 아무리 많이 본다고 해서 바로 슬로프를 내려갈 수는 없죠. 영상 데이터만 대량으로 학습하면 범용 로봇 지능을 개발할 수 있다는 주장에는 물리 세계의 복잡성이 과소 평가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공지능(AI) 발전이 로봇산업을 어떻게 바꾸고 있다고 보십니까.

    “AI는 분명 중요한 도구입니다. 다만 로봇은 물리 세계와 상호작용해야 하기 때문에 AI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결국 센서, 제어, 기계 설계와 함께 발전해야 합니다.”



    ▷교수님은 로봇을 ‘문맥형’(contextual)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로봇 정책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기술 개발보다는 사회적 필요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사회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먼저 보고 그다음에 연구개발(R&D)이 따라와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가령 한국은 출산율 0.7명대, 평균수명 80대 후반의 고령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돌봄과 의료 분야의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겠죠. 로봇 등 피지컬 AI도 돌봄과 의료처럼 사회적 필요가 분명한 영역을 중심으로 개발 방향을 잡아야 합니다.”

    ▷고령화와 도시 집중 현상이라면 결국 이동·물류·서비스 자동화 같은 수요가 생기겠군요.

    “정확합니다. 서울과 수도권에 인구 절반이 몰려 교통과 물류가 복잡해지고 있다는 점도 중요한 특징입니다. 이런 도시 문제를 해결하려면 자동화는 반드시 필요하겠죠. 한 가지 더하자면 사회적 문제와 산업 구조를 함께 고려해 정책 우선순위를 정할 필요도 있습니다. 다행히 한국은 자동차, 가전, 제약 같은 고부가 가치 제조업 강국입니다. 로봇 기술을 실제 산업에 빠르게 적용할 기반이 이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한국이 로봇 정책에서 한 분야만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제안하시겠습니까.

    “홈 로봇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이미 좋은 출발선에 서 있습니다. LG와 삼성 같은 글로벌 가전 기업을 통해 전 세계 가정에 한국 생태계가 깔려 있기 때문입니다. 집안의 모든 일을 하는 만능 로봇을 꿈꾸기보다 집 안 기기를 연결하고 조율하는 ‘오케스트레이터’ 로봇이 현실적입니다. 세탁기, 식기세척기, 에어컨 같은 장치는 이미 존재합니다. 로봇은 이들의 기능을 묶어 더 효율적으로 쓰게 만드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로봇이 특정 가전들과 잘 연결되면 소비자는 결국 그 생태계 안에서 제품을 계속 사용하게 됩니다. 이런 구조는 다른 나라가 쉽게 따라오기 어렵습니다.”

    ▷장기적인 로봇 정책도 필요하겠죠. 한국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중장기적으로는 고령화 대응형 홈 서비스 로봇 개발을 함께 추진해야 합니다. 또 조선 같은 대형 구조물 산업 역시 장기 로드맵의 핵심 축이 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사람 대신 대형 로봇이 선박이나 구조물을 제작하고, 사람은 이를 관리·제어하는 방식으로 산업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영하의 날씨 속에서 사람이 직접 용접을 하는 기존 방식은 점차 변화해야 합니다. 이런 분야는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렵지만 지금부터 기술과 생태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한국은 탄탄한 조선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어 이 같은 전환을 주도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변화가 현실이 되기 위해 한국이 지금부터 전략적으로 준비해야 할 첫 단계는 무엇일까요.

    “한국은 자동차와 가전처럼 자동화 수준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제조 기반이 강합니다. 이런 분야에서는 로봇이 바로 생산성과 품질 개선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물류와 서비스 자동화입니다. 도시 밀집 구조에서는 이동과 물류 효율성이 중요해지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기술과 운영 경험이 결국 다른 영역으로 확장되는 기반이 됩니다.”

    ▷로봇 기술을 둘러싼 다양한 접근 방식이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정책 설계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모델 기반 접근과 데이터 기반 접근을 종교처럼 양자택일로 갈라선 안 됩니다. 문제를 효율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두 방식을 적절히 결합해야 합니다. 로봇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입니다. 정책은 먼저 사람들의 삶에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지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헨리크 크리스텐센 교수는…

    △1962년 덴마크 출생
    △1990년 덴마크 올보르대 박사 졸업
    △2006년 미국 조지아공대 컴퓨터과학과
    △2016년~ 미국 UC샌디에이고 컴퓨터공학과 교수
    △2019년 로버스트.AI 공동창업
    △2025년~ 싱가포르 테마섹홀딩스 자문


    정리=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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