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동화 섬유 원단을 만드는 부산 기업 동진·경진섬유가 섬유 산업 쇠퇴 속에서도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다.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기술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하고 매출처를 다변화하며 시장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동진·경진섬유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러닝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해 매출은 약 2900억원으로 한해 전보다 11% 이상 늘었다. 2021년 2110억원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성장한 것이다. 이익 규모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동진섬유는 1968년 창업주 최병길 회장이 세운 회사다. 나이키·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사와 30년 이상의 두터운 신뢰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최 회장은 2016년 가족들과 경진섬유까지 설립해 운영하다가 3세 승계가 이뤄지지 않자 두 회사 경영권을 약 7800억원에 MBK로 넘겼다.
4년 전만 해도 중국 경쟁사들은 위협적이었다. 저렴한 인건비와 자체 연구개발(R&D) 등을 앞세워 운동화 섬유 시장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MBK는 동진·경진섬유의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해 매출 다변화에 성공했다.윤종하 파트너를 필두로 한 MBK 팀은 두 회사의 새로운 성장 축을 해외 투자와 신성장 브랜드 확장에서 찾았다. 무엇보다 운동화 위탁생산업체(OEM)들이 글로벌 브랜드의 공급망관리(SCM) 전략 변화에 맞춰 생산라인을 중국에서 동남아시아로 이전할 때 1000억원가량 투자해 따라나섰다. OEM사에 비해 인건비 비중이 크지 않음에도 현지에서 고객사들과 긴밀하게 납품 협력을 이어가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베트남·인도네시아 공장 완공으로 동진섬유 생산능력(CAPA)은 약 40% 증설됐다.
한편으로는 다양한 신규 고사양 제직기들을 들여 변화를 꾀했다. 다양한 패턴의 무늬를 낼 수 있는 신기술을 본격 도입한 것이다. 동진·경진섬유는 고객사들이 원하는 거의 모든 자카드(원단 자체에 복잡하고 입체적인 무늬를 짜 넣은 직물) 제직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MBK 인수 전 나이키(사진)·아디다스 매출 비중은 92%에 달했다. 브랜드사를 늘리는 건 쉽지 않았다. 고객사 하나 늘리려면 개발해야 할 샘플 종류가 한 공장에 100여 가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의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감안했을 때 신규 브랜드 고객사를 받지 않는 게 경영상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하지만 애슬레저 트렌드를 눈여겨본 MBK는 뉴발란스, 아식스 등 매출처를 다변화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러닝 붐’이 일면서 베팅은 적중했다. 동진·경진섬유는 요즘 뜨고 있는 러닝화 브랜드 ‘온러닝’과 ‘브룩스’ 등도 신규 고객사로 추가했다. 매출처가 다변화되며 나이키·아디다스 매출 비중은 80%로 떨어졌지만, 오히려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배경이다.
송은경 기자 nor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