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코스피, 밸류업 이끈 주역은

‘2026 대한민국 밸류업 성과 평가’에서 삼성E&A가 신규 진입과 동시에 1위에 올랐다. 삼성E&A는 기업가치 제고 수준을 보여주는 ROESG(ROE+ESG) 종합 점수에서 26.28점(ESG 8.33점, 자기자본이익률(ROE) 31.54%)을 기록,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번 평가는 2021년부터 진행해 온 ROESG 평가를 시장의 트렌드에 맞춰 고도화한 것이다. 글로벌 3대 평가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 아라베스크의 점수를 기반으로, 최근 3년 평균 ROE(연결 기준, 지배주주 지분)와 ESG 성과를 통합해 산출했다.
ROESG 조사는 일본의 이토 구니오 히토쓰바시대 교수가 제안한 개념으로, 재무적 활동과 비재무적 활동의 조화가 기업가치를 장기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ESG뿐 아니라 자본의 수익성까지 고려한 대표적 지표로 평가받는다.
평가 대상은 시가총액 5000억 원 이상 상장사 중 3년 평균 자기자본비율 30% 이상, 부채비율 200% 미만의 3년 연속 흑자 기업이다. ESG 점수는 평가기관별 상위 10% 기업에 10점 만점을 부여하고 10% 구간마다 1점씩 차감해 평균을 냈다. 과도한 레버리지 효과에 따른 ROE 왜곡을 방지하기 위해 자기자본비율 기준을 설정했다. 이 같은 기준을 토대로 ‘2026 대한민국 밸류업 성과 평가 톱 50’이 선정됐다.

상위권 지각변동… 서비스업 강세 뚜렷
KB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평가는 상위권 지각변동과 함께 전체 평균 하락이라는 상반된 흐름이 동시에 나타났다. ESG 점수는 전반적으로 상승했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업황 부진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후퇴하면서 종합 점수는 낮아졌다. 즉 ESG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둔화가 전체 점수를 끌어내렸다.
상위권에서는 순위 변동폭이 컸다. 전년도 2위였던 HMM은 ROE가 53%에서 28.8%로 감소하며 5위로 하락했다. 해운 운임 하락과 글로벌 물동량 둔화 영향으로 풀이된다. 금호석유화학 역시 ROE가 31%에서 12.9%로 급락하며 19위까지 밀렸다. 해운·석유화학·철강·원자재 등 경기민감 업종은 업황 하락과 함께 ROE가 큰 폭으로 낮아졌고, 2~3년 전 호황기에 상위권에 올랐던 기업들이 전형적인 경기민감 패턴을 보이며 순위도 동반 하락했다. 업황 변동성이 큰 산업일수록 ROESG 역시 크게 흔들리는 구조가 확인됐다.
반면 서비스업은 강세가 두드러졌다. 상위 10위 중 절반 이상이 유통·물류·소비재·광고 등 서비스 기업이었다. 제조업 대비 환경 부담이 낮고 현금흐름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작아 ROESG 안정성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내수 기반 서비스 기업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코웨이는 2위, BGF리테일은 3위, 현대글로비스는 4위를 기록했다.
이들 기업은 ESG 점수 8점대와 ROE도 20% 안팎을 유지했다. KT&G는 ESG 10점 만점을 기록한 유일한 기업으로 6위에 올랐다. ROE는 15.3%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지만, ESG 관리 체계와 공시 수준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ESG경영의 체계화 여부가 순위 유지의 핵심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전체 평균 ROESG 18% 하락… ESG보다 수익성이 변수
전체 평균 ROESG는 전년도 9.34(61개 기업)에서 올해 7.66(72개 기업)으로 18% 하락했다. 평가 대상 기업 수는 늘었지만, 고득점 기업 수는 오히려 감소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평균 ROE는 14.2%에서 11.3%로 하락한 반면 평균 ESG 점수는 6.58에서 6.98로 상승했다. 종합 점수 하락의 주된 원인은 수익성 둔화였다.
ROESG 10점 이상의 우량 기업 수는 전년도 21개사에서 올해 17개사로 줄었고, 5점 미만 기업은 크게 늘었다. 상위권은 얇아지고 하위권은 두꺼워지는 양극화 구조가 나타났다. 기존 상위 기업들의 ROE 하락폭이 상승 기업의 개선 폭보다 컸다. 상승 기업의 평균 상승폭은 1.17점, 하락 기업 평균 하락폭은 -3.13점이었다.
개별 기업별로 보면 LS일렉트릭은 ROE 개선과 ESG 점수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 ROESG는 10점에 근접했다.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와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CJ대한통운도 물류 효율화와 탄소감축 노력이 ESG 개선으로 이어지며 점수가 상승했다. 오뚜기는 ROE가 소폭 하락했음에도 ESG 점수 개선으로 ROESG를 방어했다. ESG 개선이 수익성 둔화를 일부 상쇄한 사례다.
시장 평가와의 연관성도 확인됐다. ROESG 10점 이상 기업은 평균적으로 더 높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록했다. 특히 ROE가 유사한 기업 간 비교에서 ESG 점수가 높은 기업이 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경향이 나타났다.
올해는 22개 기업이 신규 진입했다. 순위에 오르자마자 1위에 오른 삼성E&A를 비롯해 SK하이닉스, 크래프톤, HD건설기계, GS 등이 새롭게 합류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 신사업 확대, ESG 공시 강화 등이 평가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경기민감 업종 고전… 삼성 계열 선전
코웨이(렌털), BGF리테일(유통), 현대글로비스(물류), KT&G(소비재), 제일기획(광고) 등 5개 기업이 상위 10위에 포함된 데 이어 정보통신·플랫폼 기업들도 중상위권에 포진했다. 삼성SDS(9위), SK텔레콤(17위), LG유플러스(40위), 네이버(41위) 등이 ESG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제조업 대비 환경 부담이 적고,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춘 점이 ROESG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광고·소비 심리 위축 영향으로 ROE 개선 폭은 제한적이었다.
제조업에서는 삼성 계열사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삼성E&A(1위), 제일기획(7위), 삼성SDS(9위), 삼성바이오로직스(10위), 삼성SDI(14위), 삼성전기(20위) 등이 50위권에 대거 포진했다. 그룹 차원의 ESG 관리 시스템과 공시 체계가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평가 결과는 ESG 관리 수준이 전반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순위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여전히 수익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ESG 점수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ROE 둔화가 종합 점수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수익성이 평가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확인했다는 분석이다. 향후 ROESG의 방향성은 △수익성 회복 △ESG의 질적 고도화라는 두 축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