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선거 아니라고 너무한 것 아니냐."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경기 지역의 한 국민의힘 현직 지방의원은 22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장동혁 당대표의 기자회견을 두고 이같이 성토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일 회견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결과에 대해 "아직 1심 판결이다. 무죄추정 원칙은 누구에게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 안팎에서 빗발치던 이른바 '절윤(윤 전 대통령과의 단절)' 요구를 사실상 일축한 것이다.
정치권에선 이를 장 대표의 지방선거 전략으로 해석한다. 통상 50% 안팎에 머무는 지방선거 투표율을 고려할 때, 우선 투표장에 나올 강성 보수층부터 결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다만 이번 회견이 향후 선거 정국에 미칠 파장을 두고 전문가들의 진단은 크게 엇갈린다.
◇ 정당 지지율 '더블스코어'…"TK도 흔들린다"
실제 역대 지방선거 투표율은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저조하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1대 대선(79.4%)과 22대 총선(67.0%)에 비해 제8회 지방선거 투표율은 50.9%에 그쳤다. 제7회 지방선거(60.2%)와 비교해도 1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수치다.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지방선거는 대선이나 총선에 비해 중요성이 떨어진다는 일반 유권자들의 인식 때문에 원래 투표율이 낮다"며 "출마 후보들을 다 알 수 없어 광역단체장을 뽑은 정당의 후보를 모조리 찍는 '줄투표' 성향이 나타날 만큼 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기 힘든 선거"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성 지지층 결집만으로는 선거 승리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난 13일 공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4%, 국민의힘은 22%로 양당 격차가 더블스코어로 벌어졌기 때문이다.보수 진영의 핵심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에서도 위기 신호가 뚜렷하다. 해당 조사에서 TK 지역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32%로 동률을 이뤘다. 이재명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 역시 긍정 49%, 부정 39%로 집계돼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정권 심판론'이 작동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지역 정치권이 체감하는 바닥 민심도 심상치 않다. 내년 지방선거 출마를 준비 중인 TK 지역 국민의힘 소속 한 현역 지방의원은 "솔직히 만나는 분들도 걱정이 많으시다"며 "한동훈 전 대표 제명부터 시작해서 배현진 의원 징계 등 통합이 아니라 계속 분열 쪽으로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합된 모습으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지만 장동혁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점을 제기하는 분들도 생기기 시작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 전문가 평가도 엇갈려…"자충수" vs "아직 이르다"
전문가들의 평가는 이번 기자회견이 선거 구도를 '내란 세력 심판'으로 고착화했다는 비관론과, 지지층 결집을 위한 전략적 메시지라는 해석으로 갈렸다.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강성 지지층을 최대한 투표장에 끌어내는 전략 자체는 중요하지만, 그러려면 지지율이 40% 중반대는 유지됐어야 했다"며 "지금 국민의힘 지지율은 그것과 전혀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지지율이 낮은 상태에서 강성 지지층을 100% 동원해 봤자 이길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어 "선거는 구도, 바람, 인물로 결정되는데 야당의 악재가 쏟아졌음에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20% 초중반대를 벗어나지 않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바람을 일으키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진단했다. 유일한 돌파구인 인물론에 대해서도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기득권에 의지한 공천을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현역 프리미엄마저 포기하겠다는 의미"라며 "지금 국민의힘에 유리한 조건이 하나도 없다"고 부연했다.
반면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회견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경계했다. 김 교수는 "우선 강성 지지층을 확고히 한 뒤 중도층은 정책으로 공략하겠다는 단계적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학적으로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지역주의를 더 강조하고 지역주의 투표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보수 성향의 흔들리는 유권자들을 먼저 묶어두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다만 김 교수 역시 지도부 내 메시지 혼선은 문제로 지적했다. 그는 "중요한 메시지를 낼 때는 두 사람이 조율해서 같은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한 사람은 인정하는 듯, 한 사람은 인정 안 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면 지도부의 균열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선거가 아직 석 달 넘게 남은 상황에서 지금의 기자회견은 선거에 임하는 태도를 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에 불과하다"며 "선거가 임박하면 보다 뚜렷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